서울디지털산업단지가 혁신역량 부진과 단지내 창조적 산업생태계 조성 미흡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이 가운데 산업단지를 떠나 판교 등 신도시로 보금자리를 옮기는 일부기업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산업단지공단 서울본부는 12일 ‘서울디지털산업단지 창조경제 거점화 포럼’을 열고 서울디지털국가산업단지 활성화 방안에 대해 모색했다.
이날 정만기 산업통상자원부 산업기반실장은 기조연설에서 “산업환경 및 구조의 변모에 따라 청년층이 산업단지로 유입되지 않는 상황이 발생했고, 이를 통해 경제 전반의 경쟁력이 저하되는 현실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산업단지에서 청년층이 일할 수 있도록 산업단지의 이미지 변신, 문화·복지 및 편의시설 등을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G밸리(서울디지털산업단지)는 2003년 이후 입주기업·근로자수 증가율이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2003년 입주기업 증가율은 64%였으나, 2012년에는 4%까지 크게 떨어졌다. 근로자수 증가율 역시 2005년 35%에서 2010년 3%, 2012년 9%의 증가율에 그쳤다.
최근에는 G밸리에 입주해있던 기업들이 판교와 상암 등 신흥 클러스터로 이전하는 ‘탈산업단지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G밸리에 있던 기업들 중 CJ E&M, CJ인터넷, 주연테크, 한국하니웰 등 13개사가 상암으로 이전했다. MDS테크놀로지, KG이니시스가비아, 휴온스 등 16개사는 판교에 새 보금자리를 틀었다.
이처럼 G밸리내 입주기업·근로자수 증가율 정체와 탈산업단지 현상은 G밸리 혁신역량 부족 때문으로 풀이된다. G밸리 입주기업 1만1540개사 가운데 상장기업은 66개사, ‘월드클래스 300’ 기업은 본점 기준으로 3개사 밖에 되지 않는다. 또 벤처기업은 1125개사로 전체 입주기업 대비 9.7%에 불과하다. 창업·벤처기업 육성을 위한 혁신여건이 미흡해 혁신형 선도기업 비중이 미미하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단지 내 주거·교육·문화시설 부족으로 입주 근로자의 정주여건이 악화됐고, 낡은 생산환경으로 젊은층과 고학력자의 기피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정만기 실장은 “청년층 3분의 2가 무조건 산업단지는 안 가겠다고 한 설문조사 결과가 있다”며 “청년들은 산업단지에 가면 일이 힘들 것 같고, 복지·편의·문화시설이 없어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청년층이 산업단지를 꺼리는 이유를 설명했다.
서울산단공은 이 같은 문제의 해결책으로 낙후된 산업단지를 개발하는 ‘산단공 구조고도화사업’에 공모할 계획이다. 구조고도화사업은 근로자의 생활수준 향상과 시설 현대화를 위해 산업단지에 비즈니스센터·공동물류센터·복지센터 등을 건설하는 것이다. 산단공은 예산 1조220억원을 투입해 반월·시화, 남동, 구미, 익산 등 4개 공업단지에 대한 31개 구조고도화 사업에 착수했다.
이밖에 산업단지 입주관련 인허가 등 관련 업무를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창조경제서비스센터’ 설치, 입주기업 지원인센티브 방식 개편, 특성화·마이스터고 등 기술 학교 이전·설치 등의 실천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정창진 서울디지털산업단지경영자협의회 부회장은 “서울디지털산업단지는 과거 ‘한강의 기적’을 일궈낸 주축에서 현재 IT·벤처산업의 거점까지 외형적 발전과 성장을 이끌어낸 대한민국 대표산업단지로 성장했다”면서도 “창의적이고 일할 맛 나는 공간, 젊은이들이 모이는 공간으로 탈바꿈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