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건설 최창원 부회장은 11일 열린 이사회에서 “SK건설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과 분위기 쇄신을 위해 이사회 의장과 부회장직을 사임하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최 부회장은 회사 재무 구조 개선과 경영 정상화를 위해 보유 중인 SK건설 주식 227만주(9.61%) 가운데 132만5000주(약 564억원)를 회사에 무상 증여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SK건설의 최대주주는 40.02%를 보유한 SK㈜이며 SK케미칼(25.42%), 최 부회장(9.61%) 순이다. 이번 출연으로 최 부회장의 SK건설 지분율은 4%로 낮아진다.
최 부회장은 SK그룹 창업주인 고(故) 최종건 회장 3남이자 최태원 SK 회장의 사촌동생이다. 사실상 SK케미칼·SK건설·SK가스 등 3개 회사를 독자적으로 경영해왔으며, SK케미칼과 SK가스의 부회장 겸 대표이사직은 그대로 유지한다.
이번 결정으로 최 부회장 중심으로 경영됐던 SK건설은 그룹 중심의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된다.
SK건설 이사회는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이사회 신임 의장으로 선임하기로 결정했다. SK건설은 내달 주주총회를 열어 김 의장을 신임 이사로 선임한 뒤, 이사회에서 신임 의장으로 선임할 계획이다.
SK건설은 해외 공사 현장에서 손실이 크게 늘어나면서 상반기 영업손실이 2618억원에 달하는 등 실적 부진을 겪어 왔다. 특히 1분기 매출액은 1조5207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14.8% 줄고, 243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에 업계는 최 부회장이 경영 실적 악화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을 결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
건설사의 오너 경영인이 경영에서 손을 뗀 것은 올해만 두번째다. 지난 6월에는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동생인 허명수 GS건설 전 사장이 경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한 바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오너 경영인이 경영실적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허 사장과 최 부회장의 퇴진은 재벌가도 건설경기 불황의 파고를 넘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