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간 폐품 팔아 이웃 사랑 실천한 황화익 할머니

입력 2013-09-09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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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복지대상’에 선정…칠순 넘었지만 앞으로도 계속 나눔 이어 갈 것

“매일같이 4시30분에 일어나서 깡통 주우러 다녔지, 1원 5원.10원짜리 모아서 3만원 만들면 그게 1000만원보다 더 값지고 그랬어.”

서울 종로구 동숭동에서 52년째 살고 있는 황화익(76·여) 할머니는 30년이 넘게 폐지 빈깡통 등 재활용품을 모아 어려운 주변사람들을 돕고 있다. 그런 그의 공로을 받아 9일 올해 서울시 복지상 대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한 가족이 먹고 살기도 빠듯하던 시절 황 씨의 나눔은 우연하게 시작됐다. 어려운 이웃이 행여나 끼니를 거르진 않을까 걱정이 많았던 황 씨는 당시 몸이 아픈 할머니가 정부미(통일벼 품종의 장기 보관 쌀)로 죽을 끓이는데 쌀이 나빠 도저히 먹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자 그때 폐품을 팔아 모은 돈으로 할머니에게 햅쌀 한 말을 사드렸다.

황씨는 “죽을 드신 할머니가 그렇게 고마워 하셨다. 크게 도운것도 없는데 아마 혼자 지내면서 다른 사람의 손길이 그리웠던 것 같다. 이것을 계기로 가난 때문에 끼니를 거르거나 몸이 불편한 노인들을 돌보게 됐다”고 말했다.

황 씨는 봉사활동을 좀 더 적극적으로 하기 위해 1981년 새마을부녀회에 가입했다. 매일 종로 이화동과 동숭동 일대를 돌며 빈병과 깡통, 폐지 등을 모아 팔기 시작했다.

황 씨가 새벽부터 폐지를 주우러 다니자 이를 본 이웃들이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하지만 한해 두해가 지나면서 황 씨의 나눔 소식을 들은 이웃들은 어느새 버릴 재활용품이 있으면 제일먼저 도와주는 사이가 됐다며 고마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황 씨는 자녀가 없는 노인, 사고를 당한 이웃, 아동복지원, 수재민 등 많은 어려운 이웃들에게 작지만 따뜻한 도움의 손길을 건넸다. 그렇게 모아 돈을 넣은 통장은 그동안 13개, 어려운 이웃에게 건넨 1000만원은 많은 사람들에게 한줄기 희망이 됐다.

황 씨가 이같은 나눔을 오랫동안 이어 나갈 수 있었던 데는 가족들의 도움이 가장 컸다. 처음에는 왜 폐지를 줍느냐며 핀잔을 주던 남편도 결국에는 깊은 뜻을 알고 무거운 폐품들을 손수 날라주기도 했다. 황 할머니는 “4년전 먼저 간 우리 남편이 정말 많이 도와 줬다. 그때는 힘든줄도 모르고 일 했었는데…”라며 그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현재는 남편의 빈자리를 자식들이 대신하고 있다. 황 씨는 “그러다가 건강이라도 해치는 것 아니냐며 자식들 반대가 심했다”며 “그런데 지금은 주말에 자식들이 빈병이며 폐지들을 차로 직접 실어다 준다”고 말했다.

현재 황 씨는 칠순을 훌쩍 넘겼지만 마을 경로당에서 점심 봉사를 하고 있다.

2007년부터는 환경미화 봉사활동을 하면서 관내에 있는 200여 개 화분의 먼지를 털어내고 잎사귀를 물걸레로 닦아주고 있다. 봉사활동 시간만 2400시간에 이른다.

황 씨는 “무릎이며 허리며 성한 데가 없지만 남을 돕는 것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 아마도 죽을 때까지 해야하는가보다”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봉사를 이어가겠다고 전했다.

한편, 자원봉사자 최우수상은 1998년 창립해 자선공연과 무료급식 제공 활동을 한 서울아버지합창단이 받았다. 우수상은 15년간 시립어린이병원 간병, 장애아동요양시설 급식봉사 등을 해온 대한불교조계종자원봉사단 '정진회'와 2004년부터 노인요양시설, 병원, 장애아동시설에서 봉사활동을 한 장숙자(69·여)씨가 수상했다.

후원자 분야는 국민은행 영등포지역본부, 김혜옥(54·여)씨, 휴켐스㈜가, 종사자 분야는 오순희(여·37), 김현숙(43·여), 여병철(40)씨가 각각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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