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화 칼럼]창조경제와 실패에 대한 지원

입력 2013-09-09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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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화 한국벤처협회 명예회장

제1차 ‘한강의 기적’이 모방경제의 성공 결과라면 제2차 ‘한강의 기적’은 창조경제의 성공에 달려 있다. 성실한 모방의 한계는 이제 확실하게 드러나고 있다. 미국보다 뒤처진 경제성장률, 매년 2단계씩 추락하는 국제 경쟁력, 6년째 2만 달러대 초입에서 횡보하는 국민소득 등이 한국의 불편한 진실이다.

대외 신인도는 올라가나, 경쟁력은 뒷걸음치고 있다. 성장보다 안정을 추구하는 것은 늙어가는 국가의 전형적 징조다. 2000년 7%를 기록한 노령인구는 2018년에는 15%를 넘어 노령화 국가에 본격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17년 만에 2배라는 한국의 노령화 속도 또한 세계 기록이다. 참고로 미국은 72년, 영국은 46년, 일본은 24년이다. 매킨지 연구소 주장대로 ‘한국의 최대 위협은 북핵이 아니라 메말라 가는 국가 성장동력’인 것이다.

국가 성장 전략으로 효율에 근거한 모방경제로는 더 이상 중국과 경쟁 우위를 지키지 못한다. 창의성에 기반한 창조경제가 새로운 성장 전략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모방경제와 창조경제의 본질적 차이는 실패에 대한 인식이다. 남들을 추격하는 모방경제에서는 창조성 아이디어가 아니라 ‘월화수목금금금’으로 일하는 성실함이 경쟁력이고 바람직한 인재상이었다. 당연히 실패란 성실하지 않음을 의미하게 되고 사회에서 축출의 대상이었다. 모방경제의 우등생인 대한민국에서는 실패에 대한 무관용이 사회의 통념이 된 것이다. 정답 중심 교육이 대표적 사례다.

그런데 창조적 도전은 본질적으로 실패를 내포하고 있다. 새로운 도전은 성공과 실패가 공존하고 있다. 미지의 길을 개척하는 데 매번 성공한다면 미지의 길이 아니고 창조적 도전이 아닌 것이다. 국가 연구개발 성공률 98%라는 수치가 단적으로 한국 사회의 실패에 대한 인식을 대변하고 있다. 우리 모두가 항상 성공해야 한다는 강박감에 휘둘리고 있지 않은가. 창업 벤처는 성공할 수도, 실패할 수도 있다. 그런데 실패하면 연대보증으로 인해 나락으로 떨어져 회복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9급 공무원 시험에 대학 졸업자 절반이 넘는 27만명이 응시하게 된 것이다. 청년들이 새로운 도전의 길은 회피하고 안정적 직업을 추구하고 있는 것은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구조의 문제다. 바로 실패에 대한 무관용이 대한민국 노화 촉진의 근본 원인인 것이다.

이제 실패에 대한 생각을 달리해 보자. 창조경제는 불확실성에 대한 도전이다. 도전은 항상 실패의 가능성이 있다. 즉 창조경제는 실패의 미학인 것이다. 10번 중 2번만 대박 성공하는 창조경제 사업이 10번 모두 작게 성공하는 모방경제 사업보다 더 많은 국부를 창출한다는 것이 실리콘밸리의 교훈이다. 창조경제는 대박과 쪽박이 혼재된 경제인 것이다. 쪽박을 없애려 하면 대박의 기회도 사라진다. 창조경제는 실패를 지원해 재도전을 허용하지 않으면 구현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다다르게 된다. 바로 창조경제를 지원하는 사회적 패러다임의 변화가 ‘실패에 대한 지원’이다.

모방경제가 실패를 없애자는 불패(不敗) 전략이라면, 창조경제는 실패를 통해 성공하자는 필승(必勝) 전략이다. 모방경제가 효율을 추구한다면 창조경제는 혁신을 추구한다. 모방경제가 요소의 확률을 극대화하는 확률 전략이라면 창조경제는 전체의 기대값을 극대화하자는 기대값 전략이다. 모방경제는 모든 것을 잘되게 하겠다는 단순계적 사고라면 창조경제는 부분의 실패를 통해 전체를 잘되게 하겠다는 복잡계적 사고인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 패러다임의 근원적 차이를 극복하는 것이 창조경제 구현의 전제 조건이 될 것이다.

바로 그 중심 사고가 ‘성실한 실패에 대한 지원’인 것이다. 부분의 실패가 없으면 전체가 실패한다. 죽어도 안 죽겠다는 암 세포는 사람을 죽인다. 사전에 모든 것을 통제하는 규제에서 사후 징벌을 강화하는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전환의 핵심이 바로 실패에 대한 지원이다. 사전 규제를 줄여 성실한 실패는 지원하고 도덕적 해이는 사후 징벌하는 것이 꺼져가는 국가 성장동력을 살리는 사고의 전환일 것이다. 창조경제는 실패의 미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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