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형의 재계 마당발] 회장님 전용기가 왜 거기에 있는건지

입력 2013-08-19 10:48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김준형 산업부 차장

최근 대통령 전용기의 일정과 항로가 온라인에 주기적으로 공개돼 큰 논란이 됐다. 대통령 전용기 항로와 일정은 대통령 업무는 물론, 경호와도 직결된다. 청와대 측은 “이전 정부에선 일정이 공개됐지만 현 정부에서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고 해명했다.

우리는 이처럼 중요한 정보가 초등학생의 클릭 몇 번이면 훤히 드러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대통령 전용기에 비할 게 아니지만 기업 총수의 전용기 일정도 온라인을 통해 쉽게 알 수 있다. 현재 기업 총수의 전용기가 어디에 머무르고 있으며, 언제 어느 곳을 향해 출발해 날아가고 있는지 누구나 알 수 있다.

언뜻 별 것 아닌 단순 정보로 치부할 수도 있다. 그러나 기업 총수의 전용기 일정과 항로는 기업의 커다란 경영전략과 적잖은 연결고리를 갖고 있다.

총수 전용기의 항로와 일정만으로도 우리는 해당기업 경영전략의 큰 그림을 유추할 수 있다. 회장의 행보가 이어지는 곳은 대부분 생산거점이나 전략적 요충지다. 전용기 행보는 곧 기업 총수의 관심과 기업의 현안을 대변하기도 한다.

단순히 내부 취재원을 통해 얻어내는 정보와 달리 ‘총수의 행보’라는 팩트(Fact)를 안고 취재를 시작하는 만큼 거기에서 나오는 정보 역시 깊이가 다르다.

물론 기업 입장에서 총수의 행보는 언제나 감추고 싶은 부분이다. 행여 여론의 관심이 모아지면서 불필요한 오해를 일으킬까 우려해서다. 나아가 지극히 개인적인 행보가 담겨 있을 경우 이러한 정보 공개에는 더욱 민감해진다.

예컨대 기업의 경영전략과 전혀 무관한 남태평양 휴양지에 기업 총수의 전용기가 일주일째 머물러 있다면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다. 회사 안팎으로 시끄러운 잡음이 이어지는 마당에 전용기는 회장님을 태우고 여름 휴가에 나섰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회사의 입장도 난감해진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기업도 대응에 나섰다. 최근 들어 대통령 전용기와 마찬가지로 일부 기업들은 총수의 전용기 일정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대통령이 보안을 이유로 전용기 항로와 일정을 감춘 것처럼, 대기업도 전용기 일정을 감추고 있는 셈이다.

기업 총수의 전용기는 업무와 관련된 일정을 보다 효율적으로 소화하기 위한 도구다. 이를 두고 “지극히 개인적인 정보이기 때문에 비공개는 당연하다”는 기업 측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총수의 전용기는 개인적인 용무를 위한 도구가 아니다. 전용기가 기업경영과 상관없이 남태평양 휴양지에 머무르고 있다면 이 또한 사안에 따라 세간의 지적을 받아야 정상이다.

게다가 전용기 일정을 감춘다고 해서 별 다른 효과도 없다. 최근 온라인에서는 기업 전용기에 탑승하는 승무원 명단과 각 공항별로 이 전용기를 지상 지원하는 업체의 이름까지 공개되는 일이 허다하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LG, 준PO 2차전서 7-2 완승…MVP는 임찬규
  • "원영 공주님도 들었다고?"…올가을 트렌드, '스웨이드'의 재발견 [솔드아웃]
  • 단독 하마스 외교 수장 “이스라엘, 국제법 계속 위반하면 5차 중동전쟁”
  • 대기업도 못 피한 투심 냉각…그룹주 ETF 울상
  • 벼랑 끝에 선 ‘책임준공’… 부동산 신탁사 발목 잡나
  • 갈수록 높아지는 청약문턱···서울 청약당첨 합격선 60.4점, 강남권은 72점
  • 국제유가, 2년래 최대 폭 랠리…배럴당 200달러 vs. 폭락 갈림길
  • 황재균, 지연과 별거 끝에 합의 이혼…지연은 SNS 사진 삭제 '2년' 결혼의 끝
  • 오늘의 상승종목

  • 10.04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84,216,000
    • +0.26%
    • 이더리움
    • 3,293,000
    • +1.01%
    • 비트코인 캐시
    • 436,200
    • -0.09%
    • 리플
    • 720
    • +0.42%
    • 솔라나
    • 196,000
    • +1.5%
    • 에이다
    • 475
    • -0.42%
    • 이오스
    • 644
    • -0.31%
    • 트론
    • 207
    • -0.96%
    • 스텔라루멘
    • 124
    • -0.8%
    • 비트코인에스브이
    • 62,300
    • -0.16%
    • 체인링크
    • 15,190
    • -0.85%
    • 샌드박스
    • 346
    • +1.17%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