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뭐든 흠뻑 젖어야 한다- 채자영 아워홈 프레젠터

입력 2013-08-14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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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렸다. 창문을 열고 달리는데 타이어와 바닥의 마찰로 인해 촤르르 기분 좋은 리듬이 만들어진다.

그렇게 달리다가 순간, 눈썹을 찌푸렸다. 내가 기대했던 건 창 밖에서 실려오는 풀과 나무 냄새였는데, 이게 웬걸. 요상한 비린내가 진동한다.

그렇게 코끝을 자극하는 냄새를 맡으며 달리다가 문득 떠올랐다. ‘아! 뭐든 흠뻑 젖어야 하는 거구나’

최근 서점가에서 유행하는 책이 있다. 바로 유명한 저서들 중 좋은 구절들만 쏙 뽑아낸 책들이다.

앞뒤 맥락은 거두절미하고 마음을 움직인 한 문장만이 자리하고 있다. 물론 워낙 명필가들이 쓴 글이라 단 한 문장으로도 감동을 일으키는 구절도 많다만, 역시나 그 문장의 진가를 알아보기에는 역부족이다.

그 책을 보는 현대인은 앞뒤 맥락은 모른 채 자신만의 감상을 찾아내 감정의 요람 속으로 빠져든다.

이 뿐만인가. 140자 제한의, 작은 휴대폰으로 길을 가며 볼 수 있어야 하는 짧은 글들이 자꾸만 우리를 요약된 세상으로 안내한다.

무릇 사색을 하려면 꽤 오랜 시간 내면에 집중을 해야 하는 법이고 본질을 알려면 주변부터 차근히 둘러봐야 하는 법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들이 우리가 간직해야 할 ‘삶의 깊이’를 방해하고 있다.

푸르른 나무가 흠뻑 비를 맞지 못하면 제 고유의 향기가 아닌 생명체 특유의 비린내를 내뿜듯이 책도 단 한 권을 읽어도 흠뻑 빠져 봐야 그 진정한 본질을 볼 수 있는 법이다.

거기서 만난 한 구절이 내 생과 평생 가는 법이다. 무엇이든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흠뻑 젖어보자.

차근히 주위를 둘러본 후에 후회 없이, 흠뻑 빠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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