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보는 경제이야기] 개성공단 협상, 요구에서 욕망찾기

입력 2013-08-12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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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훈 시인ㆍKDB산업은행 부장

미국의 TV 프로그램에서 있었던 일이다. 한 초등학생이 초대됐다. 사회자가 물었다. “나중에 커서 무엇이 되고 싶나요?” “비행기 조종사요.” 사회자가 어려운 질문을 던졌다. “만약 태평양 한가운데를 조종해 가고 있는데 비행기 연료가 떨어지면 어떻게 할 거예요?” 아이가 고민하더니 대답했다. “비행기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안전벨트를 단단히 매라고 하고, 저는 낙하산을 타고 뛰어내릴 거예요.”

순간 관중석은 웃음바다가 되었다. 초등학생다운 대답이었다. 눈물까지 흘리며 웃는 사람도 있었다. “저런, 자기만 살겠다고? 나쁜 놈이로세.”하며 미간을 찡그리는 사람도 있었다.

사회자가 아이의 얼굴을 살폈다. 자신의 대답이 사람들을 웃겼다고 생각해 혹시라도 의기양양해하지나 않을까 해서였다. 그런데 아이는 사람들의 반응은 아랑곳하지 않고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 사회자가 당황해서 다시 물었다. “왜 낙하산을 타고 밖으로 나갈 건가요?” 아이가 진지하게 대답했다. “연료를 구해 오려고요.”

그러자 관중석이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그 가운데 작은 탄성이 터져 나왔다. 아이의 천진한 생각을 오해한 것이다.

왜 이런 오해가 생겼을까. 관중들은 아이의 첫 대답만을 듣고 반응한 것이다. 그러나 그 이유는 아직 듣지 않았다. 그러고는 자신의 입장에서 고장 난 비행기에 승객을 놔두고 나온다는 것을 혼자서 탈출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아이의 입장에서 그렇게 대답한 이유가 무엇일지는 전혀 생각하지 않은 것이다. 어른들의 해석 범위는 아주 제한적이다. 상대방의 말을 자기 해석 범위에서 이해하고 판단한다. 요구(need)만 듣고 그 요구의 정당과 부당을 판단해 버린다. 정확한 판단을 위해서는 그 요구(need) 뒤에 있는 욕망(want)을 헤아려야 한다.

요구(need)는 욕망(want)의 피상적 표시이다. ‘밥’을 요구하는 것은 실은 ‘배고픔’을 면하고자 하는 욕망의 표현인 것이다. 협상은 요구를 두고 다투는 일이지만 요구에만 머물러서는 진전이 있기 어렵다. 초등학생과 달리 성인들은 욕망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러므로 요구 뒤에 숨어있는 욕망을 잘 포착해야 한다.

개성공단 재가동을 위한 협상이 다시 시작된다. ‘요구’만 가지고 얼굴 붉힐 것이 아니라 모쪼록 ‘욕망’을 잘 찾아내기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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