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과 검증 안 된 설사약 유통, 동화약품 알았나 몰랐나

입력 2013-08-08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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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약품 측 “담당 직원 퇴사로 신고 못 해” 실수 인정

▲8일 식품의약품안전처 유무영 의약품안전국장이 서울 식약청에서 자사제 동화약품 락테올 등 59개 제품에 대해 판매중단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동화약품의 급성설사약 ‘락테올’이 20년간 사실상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채 환자들에게 처방된 사상 초유의 사건이 발생해 허술한 안전 관리 시스템이 도마 위에 올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8일 유산균 제제 중 동화약품의 락테올 3품목과 복제약(제네릭) 56 품목을 판매 중지하고 특별 재평가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사건의 발단은 동화약품의 오리지널 의약품인 락테올이 실제로 허가된 성분이랑 다른 성분을 쓰고 있었다는 것이 식약처 조사 결과 드러나면서부터다.

식약처는 2002년부터 다소비 의약품에 대해 원료 검증을 거치고 있는데 올해 때마침 락테올이 검증대상에 올라 프랑스 제조사를 방문해 보았더니 제품에 사용된 균주가 1988년 당시 허가를 받은 ‘락토바실루스아시도필루스’라는 유산균이 아닌 다른 균 2종(L.Fermentum 과 L.delbrueckii) 혼합물이 사용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한마디로 ‘급성설사’ 효능 입증이 되지 않은 제품이 시중에서 처방되고 있었던 것이다.

국내의 다른 제약사들은 식약처 고시에 따라 1992년부터 ‘락토바실루스아시도필루스’ 성분으로 복제약을 만들어 생산ㆍ판매해왔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애꿎은 복제약들도 의약품 재평가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판매 중단에 처하게 됐다. 오리지널약과 실제 성분이 달라 설사치료제로서 효과를 인정받을 수 없기 때문에 판매가 금지된 것이다.

특히 동화약품은 프랑스 원제조사가 지난 2005년 허가받은 정보와 실제 원료가 다르다는 사실을 파악한 후 프랑스 내에서 허가 정보를 변경하고 국내에 제품을 수입해 판매하고 있는 동화약품에도 같은 내용을 전했지만 동화약품은 이를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동화약품이 알고도 이런 사실을 일부러 신고하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단순 착오로 인한 실수인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동화약품 측은 담당 직원이 제조사로부터 이 사실을 통보받은 이후 식약처에 변경신고 절차를 진행하지 않고 퇴사하게 돼 제대로 신고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라 해명했다.

식약처 유무영 의약품안전국장은 “2005년 10월께 동화약품이 관련 내용을 프랑스로부터 통보받은 이메일을 확보했다”면서 “프랑스 제조사로부터 내용을 통보받은 시기에 담당자가 퇴사해 내부 보고절차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 같다”고 밝혔다.

업계는 이번 회수 조치 사태에 대해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평가하고 동화약품이 신고를 하지 않은 것은 납득할 수 없는 대목이라고 입을 모았다.

2005년 성분 변경 사실을 알았을 때 신고만 했더라면 아무 문제가 없었으며 일부러 신고를 하지 않을 만한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A 제약사 관계자는 “변경 신고를 안 한다고 해서 동화약품이 큰 이득을 보는 것은 없다”면서 “변경 신고를 했으면 제네릭이 재평가를 받아야 하고 그 기간 동안 오리지널약이 독점을 하게 되므로 오히려 신고를 했어야 이득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퇴사한 직원의 실수라는 동화약품의 해명이 사실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 것이다.

또 제약사 마다 관리하는 의약품 품목이 몇 백개가 되기 때문에 사실상 관리가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B 제약사 관계자는 “제약사는 이미지가 중요한데 실수였든 아니든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게 됐다”면서 “허가받지 않은 것을 계속 썼다는 것은 범법 행위로 안전관리 시스템 부재를 보여준 것”이라고 밝혔다.

백용욱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사무차장은 “타이레놀 현탁액 리콜 사건 때와 마찬가지로 의약품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린 사건으로 평가하고 있다”면서 “의약품의 안전성이나 효과성은 직원 하나 바뀌었다고 해서 내팽겨쳐질만한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처방하는 의사든, 약사든 급성설사에 효과가 있다고 믿고 처방했을 것인데 이런 문제에 대해 사실상 외부에서 감시가 불가능하며 제약사의 신고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것이 문제”라고 덧붙였다.

식약처는 변경신고 절차를 진행하지 않은 동화약품을 행정처분(제조업무정지 6개월)한 후 사법당국에 고발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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