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개성공단 입주기업 판로지원 합동 설명회’는 정부의 탁상 행정을 여실히 보여줬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기업청, 조달청까지 가세해 피해 중소기업을 구제해 보겠다고 했지만 이번에도 ‘보여주기 식’에 그쳤다.
이날 정부는 개성공단 입주 기업의 피해 최소화를 위한 판로지원 대책을 집중적으로 발표했다. 대형 유통업체와 연계, 해외 전시회 참가 지원, 중소기업 제품 전용 판매장 입점 등 각종 지원 방안이 핵심 골자다. 지난 4월 개성공단 중단 사태 이후 5개월 만에 123개 입주기업 전체를 대상으로 내놓은 대책인 만큼 외견상으로 정부가 꽤나 고심한 듯 보인다.
하지만 이번 대책에는 치명적인 결함이 있다.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 대다수가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의 반제품을 생산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완제품도 아닌 반제품을 어떻게 일반 소비자들에게 팔라고 하는 것일까. 설사 해당 중소기업이 OEM 제품을 판매한다고 해도 완제품을 반드는 원청업체의 동의를 우선적으로 구해야 한다.
정부의 이번 대책을 두고 당장 피해 업체들의 불만이 터져나온다. 개성공단에서 의류 관련 제품을 생산해 오던 한 기업 대표는 “개성공단에 남아있는 반제품만 30만장이 넘고, 손실액만 수십억원”이라며 한숨을 몰아 쉬었다. 극소수의 입주 기업을 제외하고, 대다수가 반제품 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 그것도 5개월 만에 내놓은 정부의 대책이 매우 실망스럽다는 반응이다.
지난 5개월간 만나왔던 개성공단 입주기업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피가 마른다”고 하소연했다. 개성공단 사태가 장기화될수록 이들의 고통은 극심해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조만간 최종 판로 대책을 발표할 것이라고 한다. ‘책상’에서 벗어나 지금이라도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