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살리려… ‘삼성전자 때리기’ 직접 나선 오바마

입력 2013-08-05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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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간 특허분쟁 26년 만에 첫 개입…“보호무역 강화 신호탄” 우려의 목소리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자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결정한 애플 제품 수입금지 조치를 뒤집은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지난 26년간 미 대통령은 단 한 차례도 ITC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한 적이 없었고, 기업 간 특허 분쟁에 직접 개입한 것도 처음이다. 이는 특허 침해를 이유로 자국 IT의 대표주자인 애플에 실질적인 타격을 줄 수는 없다는 미 행정부의 고민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거부권 행사 배경은= ITC의 권고를 오바마 대통령이 거부한 이유는 ‘애플이 삼성의 특허를 침해했지만, 이를 수입금지로 확대할 필요는 없다”라는 말로 요약된다.

오바마 대통령의 위임을 받은 미 무역대표부(USTR)는 거부권 행사에 가장 중요하게 고려된 요인으로 법률적 측면보다 자국 경제와 소비자에게 미칠 영향을 꼽았다. 애플 제품 수입금지 조치가 예정대로 5일부터 발효되면 미국 소비자들은 ‘아이폰4’와 ‘아이패드2’ 등 일부 모델을 구입할 수 없게 된다. 아이폰4는 아직도 전체 아이폰 판매량의 2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만일 수입이 금지되면 AT&T 등 무선통신 사업체도 타격을 받는다.

마이클 프로먼 USTR 위원장은 준사법적 독립기구인 ITC의 권고를 거부한 데 대한 부담을 고려한 듯 “이번 정책 결정은 ITC의 결정이나 분석에 대한 동의나 비판은 아니다. 특허 보유권자가 구제방법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며, 법원을 통해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26년 만의 ITC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자유무역 정책을 신봉해 온 오바마 대통령이 보호무역주의를 오히려 강화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여기에는 미 정치권과 재계의 끊임없는 압박도 한몫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오바마가 삼성의 손을 들어줄 경우 삼성의 미국내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중국, 대만 등의 지역에서 대부분의 제품을 생산해온 애플이 일부 제품을 미국에서 만든다고 최근 밝힌 데 대한 화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애플은 그동안 자국 내 일자리 창출이 저조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말 “중국에서 공장 설비 일부를 미국으로 옮겨 생산하고자 내년에 1억 달러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애플은 환영, 삼성은 유감= 삼성전자 관계자는 오바마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결정 이후 “애플이 우리 특허를 침해하고 라이선스 협상에 성실히 임하지 않았음을 인정한 ITC의 최종 판정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은 유감”이라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삼성전자는 ITC의 최종판정에 대해 연방순회항소법원에 항고할지 여부도 검토하고 있다. 대통령이 행사한 거부권에는 항고할 수 없지만, ITC 최종판정에 대한 항고는 가능하다고 삼성전자 내부는 판단하고 있다. 만약 항고심에서 애플이 삼성전자의 표준특허 외에 상용특허까지 침해했다고 판정을 내린다면 상황이 역전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애플은 “혁신 편에 선 오바마 행정부에 찬사를 보낸다”는 성명을 내고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애플은 “삼성은 특허제도를 남용하는 잘못을 저질렀다”며 “이는 정부가 제조업의 여건 개선을 지향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특허전 전망은= 이번 결정으로 삼성과 애플의 글로벌 특허전쟁이 다시 타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삼성과 애플은 수년간 지속되어 온 특허전쟁을 마무리하기 위해 내부 협상을 해왔으며 막판 합의 직전까지 가기도 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거부권 행사로 삼성전자는 애플과의 특허권료 협상이 불리한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해 8월 캘리포니아 새너제이 연방법원 배심원단은 삼성의 일부 제품이 애플의 특허를 침해했다며 10억 달러 규모의 배상 평결을 내렸지만, 삼성전자의 특허권은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게다가 애플이 삼성 특허를 침해했다는 ITC의 판정은 대통령 거부권에 무너졌다. 애플은 이번 거부권 카드를 등에 업고, 다시 공세에 나설 가능성도 커 보인다.

전문가들은 애플이 삼성전자가 자사 특허를 침해했다며 낸 제소건에 대한 미국 ITC의 판결에 주목하고 있다. ITC는 9일 특허 침해 여부와 함께 삼성전자 ‘갤럭시S’, ‘갤럭시S2’ 등에 대한 수입금지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ITC가 삼성전자 제품에 대한 수입금지 결정을 내릴 경우 오바마 대통령이 애플 제품에 대한 수입금지 결정을 거부한 것과 같은 동일한 결정을 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삼성전자 제품에만 불이익을 준다면 노골적으로 자국 업체를 보호하려 한다는 국제적 비난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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