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論]프랜차이즈 본부가 정말 갑일까- 김정호 연세대학교 경제대학원 특임교수

입력 2013-08-01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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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한국 사회는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를 마치 갑(甲)의 대명사처럼 취급하고 있다. 강자인 가맹본부들이 힘없는 가맹점을 착취하고 있는 것처럼 매도당하고 있다. 사회 분위기가 그렇다 보니 급기야는 국회가 나서게 되었고, 가맹점과 가맹본부 사이에 체결되는 계약 내용에도 관여하게 되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인테리어는 몇 년 이내에 교체해서는 안되고, 탈퇴시에 부과되는 위약금은 얼마 이하여야 한다는 식의 세세한 규제를 도입하기에 이르렀다.

마치 가맹본부가 엄청난 독점력이나 시장지배력을 행사하기라도 하는 듯 취급하고 있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공정거래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외식업에는 1598개, 도소매업에는 318개, 기타 서비스업에는 489개의 가맹사업자(본부)가 있다(2011년 기준). 이들이 서로 잠재적인 가맹점주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가맹본부들이 독점력을 행사하거나 또는 부당한 거래조건을 강요할 수 없다. 가맹본부가 지속적으로 거짓말을 하지 않는 한, 창업자들이 자신들을 착취할 가맹본부와 계약을 맺을 리 없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을 이해하고 나면 최근 크게 부각되어 온 프랜차이즈 업계의 갈등을 새로운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다. 특히 가맹본부가 왜 일견 부당해 보이는 조건들을 가맹점들에게 요구하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인테리어 비용 문제를 생각해 보자. 선진 외국과 비교해서 한국 가맹점의 인테리어비 부담이 큰 것은 사실인 듯하다. 가장 큰 원인은 월 매출의 일정 비율을 징수하는 러닝 로열티 제도를 시행하기가 어렵기 때문인 것 같다.

대한상공회의소가 2012년 9월 450개의 가맹본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0%만이 러닝 로열티 방식을 시행하고 있었다. 나머지 63.8%는 아예 로열티가 없었고, 26.2%는 매출과 무관하게 부과되는 로열티 방식을 택하고 있었다. 상인들이 매출액이 드러나는 것을 꺼려서 러닝로열티 방식을 원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가맹본부는 어떻게 수익을 확보할까. 가맹점이 판매하는 물품을 직접 공급하는 것이 가장 흔한 방법이다. 또 인테리어 비용을 비싸게 받는 것도 중요한 수입원이 될 수 있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잠재적 가맹점주들이 이 모든 것을 저울질해 본 후에 가맹본부와 계약할 것인지의 여부를 결정한다는 사실이다. 손해가 나는 계약을 할 리가 없다는 말이다.

따라서 가맹본부가 가맹점에게 공급하는 물품 가격을 비싸게 받거나 또는 인테리어 비용을 높게 매긴다고 하더라도 가맹점주에게 일방적으로 손해가 되는 수준까지 갈 수는 없다. 그렇게 되면 가맹점주는 다른 가맹본부를 선택하거나 또는 프랜차이즈에 가입하지 않고 나홀로 창업을 할 것이다. 한국만의 독특한 가맹사업 수입구조는 러닝로열티를 부과하기 힘든 한국적 상황에 적응한 결과라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리고 가맹본부 사이의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한, 그 독특한 구조가 가맹점에게 손해를 끼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요즈음 문제가 되고 있는 위약금이라는 것도 가맹본부가 가맹점에 시설투자를 많이 한 업종에서 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봐야 한다. 부당하게 높은 위약금을 매기는 사업자와 누가 가맹점 계약을 맺겠는가. 비록 위약금이나 인테리어 비용이 높다 하더라도 없는 것보다는 있는 편이 자영업자들에게 도움이 된다.

자영업자가 나홀로 창업을 하면 5년 내 성공 확률이 20%인 반면 프랜차이즈로 창업했을 때의 성공 확률은 80%로 높아진다고 한다. 가맹본부의 성공 노하우와 실패 경험으로부터의 교훈을 가맹점이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프랜차이즈는 자영업자들 사이에 자생적으로 형성되는 상생의 질서인 셈이다. 국가가 여기에 개입할수록 가맹본부는 줄어들 것이고, 그것은 잠재적인 가맹점주가 되고자 하는 자영업자들에게도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개입하기에 앞서 이해하려는 노력부터 할 것을 입법자와 공무원들에게 호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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