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진술 번복 논란에 대해 입을 열었다.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판사 문용선) 심리로 29일 진행된 피고인 신문에서 최 회장은 진술 번복에 대한 검찰의 질문에 “번복이라는 표현을 쓸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펀드 출자 자체가 그룹 차원이라고 말한 것은 급하게 (김원홍 전 고문의)펀드 출자 권유와 지시”라며 “적절한 절차를 밟지 못했다고 생각해 주장을 철회했다”고 말했다.
이어 “변호인을 선임해서 모든 사실을 밝히지 않는 한 오해가 풀리지 않을 것으로 생각해 겪었던 일을 말했고, 새로 선임한 변호인도 그룹 차원의 출자라고 하는 것은 인정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해 진술을 변경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최 회장은 지난 22일 공판에서 “1500억원 규모의 펀드는 김원홍 전 고문의 권유로 투자한 것”이라며 그룹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진행했다는 최초 항소이유서의 내용을 뒤집은 바 있다.
특히 최 회장은 이날 “김원홍 전 고문의 권유로 출자한 것을 인정한다”며 당시 상황을 진술했다. 최 회장은 김 전 고문이 김준홍 전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를 통해 펀드를 빨리 조성하라고 지시했고, 이에 지난 2008년 10월27일 김 전 대표를 만났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김원홍 전 고문이 (펀드 출자 등을) 빨리하라고 강압했다”며 “펀드 선입금 일부가 김원홍 전 고문에게 간 사실은 2011년 3월 북경에서 처음 알았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또 검찰이 “1심에서 증인(SK 계열사 임직원)들에 펀드 투자 관여 사실을 부인하고 허위 진술을 지시한 게 아니냐”고 추궁하자 “지시한 기억이 없다. 이는 지시 여부를 떠나 제가 책임져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검찰은 최 회장 형제의 횡령·배임금액이 1500억원이라는 내용의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이에 최 회장 변호인 측은 “양형과 변론 논리도 달라질 수 있고, 공소장을 변경해야 한다”고 대응했다. 재판부 역시 “공소장 변경 없이 재판부가 심판할 수 있느냐의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