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보는 경제] 휴가와 여행, 그리고 초심

입력 2013-07-29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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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훈(시인·KDB산업은행 부장)

지루한 장마가 끝나자 고속도로가 휴가여행으로 번잡하다. 올 여름 유난한 더위 속에 에너지 절약이다 하여 더욱 숨 막히는 일상이고 보니 이 도시를 떠나는 심정 알 만도 하다. 휴가라는 게 쉰다는 것인데 왜 저리 여행길에 나서는 것일까.

그렇다. 쉰다는 것은 육체의 휴식이 아닌 것이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는 것, 그래서 자신을 돌아보는 것, 즉 본래의 자신을 찾아보는 것일 터이다. 여행가들은 말한다. 먼 여정에서 느낀 외로움 속에서, 이국에서 만난 이방인의 얼굴, 오랜 역사의 유적의 잔해에서, 뜻밖에도 자신의 모습을 찾게 된다고. 그러기 위해서 여행한다고.

그런데 그것만일까. 우리의 모든 행동에는 소굴로 향하는 구심력과 함께 타지로 여행하고자 하는 원심력이 있으니 여행은 인간의 본능이라 해야 하지 않을까. 인류가 최초 서식지인 아프리카 동부에서 전 지구로 이동한 것부터 로켓을 타고 달나라를 찾아간 것이 그렇고, 1271년 15세 소년으로 베네치아를 떠나 중앙아시아를 거쳐 원나라에 들어가 17년을 살다가 24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간 마르코 폴로가 그렇다. 폴로는 후일 전쟁포로로 잡혀 제노바 감옥에서 동방여행에서 겪었던 일을 다른 포로에게 적게 하였는데, 이것이 ‘동방견문록’이다. 기원전 139년 장건은 서역으로 출발했다. 서역의 대월지국과 동맹을 맺기 위함이었으나 서역은 그야말로 아무도 가본 적이 없었다. 전인미답이었으니 죽음의 길이었다. 장건은 13년 만에 고국 한나라로 돌아왔다. 비단길이 열린 것이다.

여행은 자신의 일부를 버리는 것이다. 작은 죽음이다. 기존의 일부를 버려야 새로운 것으로 채울 수 있으니 재탄생이기도 하다. 도시를 벗어나는 것은 도시의 일상을 버리는 것이니, 일상의 죽음이다. 재충전하여 돌아와 새롭게 시작하니 재출발이다.

그렇게 어제의 생각을 비우고 새로운 인식을 가지고 돌아오는 것이 휴가여행의 의미가 아닐까. 새로운 인식이란 돌아보건대 최초의 마음, 초심이라 할 수 있겠다. 초심의 확인인 것이다. 처음의 생각과 당초의 말이 무엇이었던가. 생각과 말을 바꾸게 만든 상황이란 또 무엇인가. 과연 초심을 바꾸게 할 만한 것이었는가. 대통령의 휴가에 즈음하여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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