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가 날갯짓을 한다가벼움이 날아간다날 수 없는 나는한발을 뗄 때마다 실리는 무게를 더해땅속에 박혀갔다아파트, 전기밥통, 김치냉장고, 자동차, 내비게이션, 핸드폰의 무게고층 아파트에서 항상 따뜻한 밥과 철 지나도 시어지지 않는 김치를 먹고 아득한 거리를 손가락 몇 개 까딱여 낯선 길을 전혀 낯설지 않게 순간이동 하면서도 보고 싶은 사람은 작은 화면 속, 목소리 없이 만나는 사이일 초, 이 초, 삼 초두 다리에 실리던 가벼운 젊은 날들이 등짝에 짊어진 무게와 맞바뀐 줄 꿈에도 모르도록두 다리와 몸뚱이는 땅속 깊히 단단히 박히고 있었다뜬금없이, 무거움과 가벼움을 맞바꾸는 남편의 제의에 놀랐다“걸어가자”차로 5분 거리를 구불구불한 골목길을 돌아 30분간 걸어서손을 잡네 마네 키득키득 실랑이를 벌이면서겨우 신발 한 켤레를 사들고 거리를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가벼움이 실린 묵직한 다리로 느릿한 하루를 걸어 돌아왔다찬찬히 들여다본 걷는 거리는 생가지마다 연두빛이었다불현듯, 사방천지 빛나는 밝음 속 자기 그림자그 무거움에 깜짝 놀란 나비는날개를 퍼덕거려파란 허공을 날았다가볍게 너무나도 가볍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