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버린 기적 새로 쓰자] 30대 그룹 중 ‘투자확대’ 단 1곳… 몸 움츠리는 기업들

입력 2013-07-23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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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반도체 설비 투자 중단… 현대차도 해외생산거점 확대 주춤

한 대기업 고위 관계자는 ‘지금은 투자를 할 때가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그는 “국내 기업들은 반도체나 자동차, 화학산업 등 분야에서 2010년을 기점으로 대부분 대규모 투자를 끝낸 상태”라며 “엄청난 자금을 투자한 생산시설에서 이제 수익을 일궈내야 하는 시점인데, 글로벌 경기는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현장이 이런데 어떻게 대규모 투자를 또 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흐름을 놓고 볼 때 지금은 추가 투자보다는 효율적인 운영을 하며 수익을 이끌어내야 할 때라는 지적이다.

2008년 리먼쇼크 이후 글로벌 경제는 빠르게 ‘뉴 노멀(New Normal)’시대로 접어들었다.

뉴 노멀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는 2010년 다보스포럼에서 시작했다. 뉴 노멀은 ‘시대 변화에 따라 새롭게 떠오르는 기준 또는 표준’을 뜻하는 단어다.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에 부상한 새로운 경제질서를 직접적으로 지칭하는 용어이기도 하다.

뉴 노멀은 한 마디로 경제 전반의 ‘몸집 움츠리기’로 표현된다. 저성장과 저소비가 국가 경제를 뒤덮고 높은 실업률도 수반된다. 이 때문에 각국 정부의 기업규제가 강화되고, 외국자본에 대한 자국산업 보호도 본격적인 급물살을 탄다. 수출 중심 기업은 수출국의 새 규제에 발목을 잡힐 수도 있다.

이러한 경제 현상이 본격화되면 기업들은 일제히 보수적인 경영에 나선다. 공격적인 투자를 하기보다는 신중한 경영에 나서는 것이 일반적이다. 소극적 투자전략 때문에 각 기업의 곳간은 곧 현금성 자산이 넘치게 된다. 돈을 벌었지만 쓸(투자)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신규 투자가 줄면 고용도 감소한다. 실업률이 높아지면 다시 경제활동이 위축되고 기업의 소비재가 안 팔린다. 기업의 이익 역시 당연히 줄어든다. 위축된 기업은 다시 투자를 줄이고 이른바 ‘안전성장’을 꾀한다. 이런 악순환이 거듭되면 본격적인 ‘저성장 시대’가 도래하게 된다.

이런 악순환 구조는 국내에서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분야의 신규시설 투자를 당분간 중단한 상황이다. 추진 중인 중국 서부에 대한 투자를 제외하면 새로운 장기투자 계획은 현재 전무하다.

반도체 시장은 공급량에 따라 가격 조절이 가능한 만큼 향후 수요를 철저히 분석하며 몸집을 움츠리고 있다. 안으로는 기존에 계획했던 평택사업장을 추가하고, 밖으로는 신흥시장으로 불리는 동남아시아에서 휴대폰 사업장을 확대하는 데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전략사업 중 일부는 그림을 다시 짰다. 5대 신수종 가운데 하나인 태양광 사업은 재검토에 나섰다. 전북 군산의 새만금 사업장도 추진이 불투명한 상태. LED 사업도 숨고르기에 나서는 등 차세대 사업을 전면 재정비 중이다.

현대차그룹 역시 생산시설 확대 전략은 상당 부분 제동이 걸린 상태다. 내수는 올해 마무리된 광주공장 증설작업이 전부다. 중국 시장을 제외하면 당분간 해외 생산거점 확대에도 신중하겠다는 전략이다. “판매할 차가 부족하다”며 아우성쳤던 미국에서도 공장 신설을 미루고 있다. 향후 이어질 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결국 올 상반기 미국 10위권 차 업체 중 유일하게 판매량과 점유율이 하락하고 있다.

이 같은 현장의 분위기는 재계가 연초 밝혔던 투자 및 고용 계획의 미달성을 예고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 9일 내놓은 ‘2013년 하반기 투자·고용 환경’에 따르면 자산규모 30대 그룹 중 6개 그룹이 당초 계획보다 투자를 축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연초 세웠던 투자 규모보다 확대할 것이라는 응답은 1개 그룹에 불과했다. 투자 규모를 축소할 것이라고 밝힌 기업들은 그 원인으로 △자금조달 애로 △국내외 경제여건 악화 △기업 규제완화 미흡 등을 꼽았다.

올해 신규 채용은 23개 그룹이 연초 계획 수준을 유지하고, 4개 그룹은 축소할 것으로 집계됐다. 고졸 채용의 경우 ‘연초 계획 수준’(23곳), ‘축소’(5곳), ‘확대’(2곳) 등으로 분석됐다. 연초 계획보다 신규 채용을 축소하겠다고 응답한 4개 그룹은 모두 ‘업황 부진’을 이유로 꼽았다.

이에 대해 또 다른 재계 고위 관계자는 “정부가 연초에 투자를 늘리라며 재계를 압박했지만 대부분의 그룹이 쉽게 화답하지 못했던 것은 그만큼 시장이 안좋았기 때문”이라며 “특히나 투자는 경제상황을 보며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하는데, 자칫 연초 공언했던 투자 약속이 지켜지지 못할 경우 역풍을 맞을 수 있어 더 조심스러웠던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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