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국내 은행의 정기예금이 10조원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과세 기준금액을 4000만원에서 2000만원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정부 방침이 알려지면서 만기 도래한 정기예금이 수시입출금식예금 등 투자 대기성 자금으로 대거 이동한 결과다.
또 하향 안정화를 지속했던 은행 원화예대율은 지난 3월(95.4%)을 기점으로 상승세를 나타냈다. 특히 원화예수금 증가가 다소 둔화되고 대출이 늘어난 탓에 일반은행 원화예대율은 5월 현재 97.2%로 지난해 6월이후 최대치를 보였다.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 강화와 수신금리 하락 등의 영향으로 상반기 은행권 만기 도래 정기예금이 9조9000억원 감소했다. 지난해 하반기 9조2000억원보다 감소폭을 확대했다.
6월말 현재 국내은행의 원화자금조달(잔액)은 1277조8000억원으로 상반기 중 25조6000억원(2.0%) 증가했다. 그러나 지난해 같은 기간 27조1000억원보다 다소 감소한 수치다.
또한 저금리 기조 탓에 은행으로 들어오는 자금의 유입은 큰 폭으로 감소했다. 상반기 은행권 원화예수금 증가폭은 18조1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34조9000억원)보다 크게 줄었다. 반면 CD, 은행채 등 시장성수신은 7조5000억원 증가해 지난해 같은기간 7조8000억원 감소에서 순유입으로 전환했다.
6월말 현재 국내은행의 원화자금운용(원화대출금+원화유가증권)은 1398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20조8000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상반기(31조9000억원) 대비로는 증가폭이 축소됐다. 올 상반기 원화대출금 잔액은 1133조4000억원으로 상반기에만 27조1000억원 규모로 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조9000억원 가량 늘어난 규모다.
이는 금융당국의 지도에 따라 중소기업 대출이 크게 늘어난 탓이다. 올 상반기 중소기업대출은 16조1000억원이 늘어나 전년 동기 증가규모(3조6000억원)를 크게 상회했다. 대기업대출은 7조4000억원 증가해 전년 동기(20조 3000억원) 대비 증가폭이 크게 감소했다.
한편 가계대출은 3조6000억원이 증가해 전년 동기(2조3000억원) 대비 증가폭이 소폭 확대됐다. 주택담보대출은 3조8000억원이 증가해 전년 동기(4조5000억원) 대비 증가폭이 줄었다. 모기지론 양도 등을 포함한 가계대출(주담대) 증가분은 16조1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증가폭 6조3000억원보다 8조5000억원 규모로 크게 확대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정기예금 등 안정적인 예금의 감소세에 대응해 예대율 등 유동성 리스크 관리를 강화 할 것"이라며 "일부 은행의 단기 시장성자금 조달에 의존한 외형확대 조짐을 사전에 차단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