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치논란에 휩싸인 KB금융그룹…당분간 노사 대립 불가피

KB금융지주가 임영록 회장 선임에 이어 두번째로 관치금융 논란에 휩싸였다.

KB국민은행장으로 이건호 부행장을 내정한 것이 발단이 됐다. KB국민은행 노조는 이건호 부행장 선임시 강력한 투쟁을 경고한 터라 당장 임 회장 등 그룹 경영진에 대한 출근저지 투쟁을 전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출근저지 투쟁을 대화로 극복했던 임 회장의 리더십은 상처를 입게 됐고, 임기 초반 KB금융그룹 장악에도 차질을 빚게 됐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에 관치금융 망령이 되살아 났다. 정부 고위관료 출신의 임영록 KB금융 부사장이 회장으로 선임된데 이어 금융위원회의 후광을 등에 업은 이건호 부행장이 KB국민은행장으로 내정됐기 때문이다.

문제는 임 회장이나 이 행장 내정자 모두 관 출신 인사라는 점에서 관치인사 논란이 거세다는데 있다. 임 회장의 경우 KB국민은행 노조를 만나 대타협을 이뤄냈지만, 노조가 강력 반대한 이 부행장을 선임함으로써 관치금융 논란이 재점화된데다 노조의 강력 반발까지 야기했기 때문이다.

임영록 회장의 리더십도 큰 상처를 입게 됐다. 임 회장은 출근저지 투쟁이 2주일 동안 이어지자 노조를 방문, KB국민은행장에 내부인사 중용 방침을 천명, 노조 갈등을 봉합했었다. 하지만 이 부행장의 행장 선임으로 그 약속이 파기되면서 임 회장의 리더십은 흠집이 났고, 관치금융 논란은 또 다시 불거지게 됐다.

이 행장 후보는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출신으로 조흥은행 부행장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등을 역임한 후 2011년 KB국민은행에 리스크관리그룹 부행장을 맡았다.

이 부행장에 대한 KB국민은행 내부 기류는 편치 않다. KB국민은행 노조는 이 행장 후보가 2년 전 부행장으로 부임할 때도 “외부인사를 부행장으로 선임하는데 반대한다”며 강력 반발한 바 있다.

특히, 최근 금융위원회 현직 고위 인사가 사석에서 언론사 기자들을 모아 놓고 이 행장 후보를 노골적으로 지원했다는 얘기까지 나돌면서 관치금융 논란에 정점을 찍었다.

KB국민은행 노조는 “외부 출신 낙하산 인사들이 내부인사로 분류돼 충분한 검증 절차도 없이 정부와 금융당국의 배경을 등에 업고 행장 후보까지 올랐다”며 강력한 반대 투쟁을 예고했다.

이에 따라 KB금융그룹은 임영록 회장 체제 출범 초기 대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노조의 출근저지 투쟁 등으로 KB금융지주와 KB국민은행 노사간 갈등이 증폭될 개연성이 높아졌다.

내부 갈등이 지속될 경우 리딩뱅크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는 달성에 상당한 차질이 예상되고, 아울러 최고경영자 선임 등 체제를 정비하고 나선 금융지주사와의 경쟁에서도 뒤쳐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