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은 17일 김상조 교수를 사장단 강연에 초청, ‘경제민주화와 삼성-사회 속의 삼성’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들었다. 이날 회의에는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을 비롯해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30여명이 참석했다.
김상조 교수는 재벌개혁문제를 집중 거론하며 입법운동을 벌여온 진보 성향 학자다. 이날 강연에도 그의 논조는 고스란히 묻어났다.
김 교수는 강연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삼성은 그 놀라운 경영성과 때문에 자부심이 자만심으로까지 연결돼 한국사회 밖의 예외적 존재로서 스스로를 인식한 것 아니냐”며 “세계와 사회가 변했기 때문에 삼성도 한국 사회 안으로 들어와 한국사회 구성원의 하나가 돼야한다”고 전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향한 거침없는 조언도 나왔다. 그는 “CEO의 리더십은 열린 공간, 광장으로 나와서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듣는 과정에서 국민과 시장으로부터 평판이 만들어질 것”이라며 이 부회장에게도 그러한 모습을 보여 달라고 요청했다.
일각에서는 삼성이 김상조 교수를 강연자로 부른 사실 자체가 삼성이 변하려고 하는 단서로 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김 교수는 2004년 2월 삼성전자 주주총회장에서 “불법대선자금을 댄 이건희 회장 등은 징계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다가 경호원에게 끌려나가기도 했고, 여러차례 이건희 회장을 검찰에 고발하기도 한 인물이다. 이인용 삼성 커뮤니케이션팀 사장은 “사회의 여러 목소리를 들을 필요성에는 모두가 공감하고 있어서 김상조 소장을 초청하게 됐다”고 말했다.
사장단 강연을 통해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겠다는 삼성의 의지는 지난해부터 시작했다.
삼성은 작년 한해 장하준 캠브리지대 교수, 김호기 연세대 교수 등 진보학자를 사장단 강연에 초청해 이들의 주장을 겸허히 들었다.
진보주의 사회학자 김호기 연세대 교수는 지난해 4월 삼성 사장단 강연을 통해 “여야가 공통적으로 복지를 내세웠고, 이는 시대적 과제가 됐다”면서도 “경제지속 가능성과 사회지속 가능성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느냐는 어려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소위 성장과 분배, 기업과 공동체 사이에서 한쪽만을 강조하다 보면 다른 한쪽이 훼손될 수 있기 때문에 적절한 균형점이 필요하다는게 그의 주장이다.
같은 해 9월에는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를 초청 ‘주주자본주의에 입각한 재벌개혁’과 관련한 강연을 들었다. 장 교수는 당시 “대기업이 국민의 지원으로 인해 성장했다는 점도 인정해야 한다”며 “대기업의 성찰이 필요하다”는 제언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