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나주의 한센인 정착촌 ‘호혜원’ 마을 주민들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주민의 소망이 담긴 편지를 보낸 사연이 14일 전해졌다.
광주·전남 공동혁신도시와 불과 800여m밖에 떨어지지 않은 호혜원은 80여명의 마을주민 대부분이 양돈 등 축산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대통령에게 편지를 쓴 것은 약 50년 전부터 맺어진 이 마을과 청와대와의 인연 때문이다.
고 육영수 여사는 지난 1965년 이 마을을 처음 방문한 후 목욕탕 건립 민원이 해결했으며 두 번째 방문인 1971년에는 종돈 55마리를 기증해 현재 마을주민들의 자립 기반을 마련해줬다.
마을 이장 김재권씨는 “세상의 모든 사람이 우리를 외면할 때 육 여사만은 붕대 감은 손을 잡아주고 얼굴을 가까이 하며 미소를 보내주셨다”며 “이제는 혁신도시 주거환경을 위협하는 천덕꾸러기 신세가 됐다”고 말했다.
이 마을 주민들의 소망은 바로 환경오염이 심각한 저수지 등 마을 내 오염원 제거와 녹지조성,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주민 이주다.
나주시는 호혜원 환경개선 사업에 최소 6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해 지자체 힘으로는 엄두도 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농림식품부와 환경부 등도 지원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김재권씨는 “국정에 여념이 없지만 기회가 된다면 어머니가 그토록 사랑하고 어루만져 주셨던 나환자촌 호혜원을 방문해 주실 것을 간절히 청한다”고 글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