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내 삶의 화두 ‘새옹지마’- 조호현 한국거래소 정보사업부 부장

입력 2013-07-05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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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지사 새옹지마라는 말이 있다. 세상일이 순탄치 않음을 표현하고 싶을 때 인용하는 잘 알려진 문구이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 “새옹지마”라는 네 글자는 마치 시골집 지붕처마에 둥지를 튼 새집과 같이 오랫동안 내 머릿속에 머물고 있는 내 삶의 화두이다. 새옹지마와 나의 인연은 30년도 넘은 초여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나는 고1 때 순간의 실수로 오른손 엄지, 검지, 중지 대부분을 잃는 큰 사고를 당했고 그 결과 오른손이 많이 불편한 4급 장애인이 되었다. 모든 것이 예민한 사춘기에 신체 중요 부위를 잃고 장애인이 되었으니 그때의 육체적인 아픔과 심리적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

사고 이후 처음 학교에 간 날 교장선생님께서 나에게 ‘새옹지마(塞翁之馬)’에 대해 말씀해주셨다. ‘네가 지금은 세상이 무너질 것 같겠지만 오늘의 이 불운이 미래 행복의 근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라는 격려의 뜻이었다. 그러나 당시에는 도저히 수긍은커녕 납득조차 되지 않았다. ‘나에게 지금 세상이 무너졌는데 어떻게 이것이 행복의 근원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인가?’

그러나 30년이 넘게 지난 지금, 다시 생각해본다. ‘과연 그날의 불운이 불행으로 끝나고 말았는지, 아니면 행복의 근원이 되기도 했는지…’ 그 이후로 새옹지마는 내 삶의 화두가 되었던 것 같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불운이 찾아온다. 늘 행복한 순간만 이어지면 좋겠지만 세상일이 어찌 그런가? 나같이 사고를 당한다든지, 가족의 죽음, 경제적 어려움, 이별, 그리고 병을 얻는 것 등 어려운 순간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인생의 차이는 불운에서 갈린다고 한다. 행운의 시기에 아무리 높게 도약했던 사람이라도 마찬가지이다. 자신에게 닥쳐오는 불운에 어떻게 대처하는가는 각자의 역량과 그릇에 달려 있다. 30여년 전 나에게 온 불운이 더 큰 불행의 단초가 되는지, 아니면 행(幸), 불행(不幸)의 반복 속에서 다른 행복의 근원이 될 수도 있었는지…

그 사고로 인해 많은 것이 불편해진 것이 사실이고 불리한 점도 많았다. 하지만, 불편한 오른손으로 글씨를 제법 잘 쓴다. 물론 쉽지 않았다. 그러나 꾸준히 노력하니 어느 순간부터 명필이라는 소리도 종종 듣는다. 요즘이야 취직할 때 장애인에 대한 배려를 해주지만 내가 일자리를 구할 때는 장애인이라는 편견으로 취직하기가 어려웠고 모든 것이 불리했다. 그래도 한국거래소에서 나를 불러주어서 오늘까지 근무하고 있다. 고1 때 다가온 나의 불운의 사고가 다른 행복의 근원이 되었을까?

요즘 경제가 어렵다고 한다. 취업해서 사람 노릇 하기도 힘들고 자영업은 점점 팍팍해지고 직장인들은 50대에 퇴직해서 남은 50년을 살아갈 일이 걱정이다. 인구구조 악화와 산업 패러다임의 급변으로 한국 사회의 미래 또한 밝지 않다는 보고서가 자주 나온다. 앞으로 점점 더 삶이 힘들어진다는 뜻이다. 과연 우리에게 불운의 시기가 닥친 것일까?

인생 최고의 복은 전화위복이라는 말이 있다. 불운을 행복의 근원으로 바꾸는 것은 우리의 역량과 그릇에 달려 있다. 그 전화위복으로 만드는 가르침, 바로 새옹지마가 아닐까 한다. 많은 사람들이 어려워하는 이 시대에 불운을 행운으로 만들었던 지혜, 새옹지마를 다시 생각해 본다.

이미정 기자 lm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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