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論]아까시나무에 대한 오해- 안영희 중앙대 교수

입력 2013-07-02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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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여름이 시작됨을 알려주는 대표적인 꽃은 ‘아까시나무’일 것이다. 기온이 점점 올라가기 무섭게 주변의 야산 자락은 아까시나무의 하얀 꽃으로 뒤덮인다. 아까시나무(Robinia pseudoacacia)는 콩과의 낙엽활엽성 교목으로 전국적으로 자라고 있는 식물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카시아’로 그릇되게 알고 있는 식물명의 원래 이름이기도 하다.

아까시나무는 본래 북아메리카의 동부지역에서 중부에 걸쳐 자라던 외래 식물이다. 그러나 성질이 강건하고 토양 적응성이 높아 장소를 거의 가리지 않고 잘 자라는 특성이 있어 세계 각국에서 사방용 혹은 조림용으로 널리 식재하고 있는 식물이다. 우리나라에는 일제시대 일본을 거쳐 도입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무로 불을 때서 난방 및 취사를 했던 시절의 우리나라 산은 몹시 황폐화되어 수시로 재해가 발생하고 임업자원이 고갈되었던 적이 있었다. 이때 왕성한 맹아력과 빠른 생장속도를 지닌 아까시나무를 활발히 식재한 덕분에 우리나라의 산이 지금과 같이 푸르게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아까시나무는 일본인에 의해 도입되었다는 거부감과 특별히 손볼 필요도 없는 강한 식물이라는 이유만으로 사람들에게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홀대받는 식물이다. 그러나 정작 아까시나무는 우리가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많은 장점을 지닌 유용한 식물자원이다.

아카시아라고 부르고 있는 그릇된 식물 이름을 아까시나무로 빨리 고치는 것이 식물에 대한 이해의 첫걸음이라 생각한다. 며칠 전 방영된 TV 프로그램에서도 진행자가 ‘지금 아카시아꽃이 활짝 피어 있다.’라고 말하는 것을 보고 안타까움을 느꼈다. 아직까지도 식물에 관련된 사람들 이외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까시나무를 아카시아라고 부르는 현실이다. 실제로 외국에 아카시아(Acacia sp.)라는 식물이 있기는 하다. 아카시아도 똑같은 콩과 식물이며 모양도 비슷하지만 일 년 내내 잎이 푸른 상록성으로 열대 및 아열대지역에서 자라는 식물이다. 같은 콩과이다 보니 아까시나무와 아카시아의 생김새는 아주 비슷하다. 그러므로 아까시나무의 영어명은 ‘가짜 아카시아’라는 의미의 ‘False Acacia’이며 일본명도 동일한 의미의 ‘니세-아카시아’라고 한다. 일본에서 전해진 아까시나무의 우리말 식물명을 붙이는 과정에서 일본어 ‘가짜’라는 의미의 ‘니세’가 사용의 번거로움에 의해 빠져버린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아까시나무의 꽃은 특히 향기가 좋으며 다량의 꿀을 함유하고 있기로 유명하다. 그러므로 아까시나무가 개화할 무렵이면 전국의 양봉업자들이 꽃을 따라 대거 이동한다. 최근 강원도의 한 지방자치단체에서 아까시나무 꿀을 안정적으로 생산하기 위해 도내의 산과 들에 아까시나무 묘목을 식재하였다는 뉴스도 들었다. 아마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꿀의 80% 이상은 아까시나무 꿀일 것이다. 아까시나무 꿀은 향이 좋고 당도가 높아 사람들에게 인기가 높다.

높이 10m 이상으로 높게 자라고 굵기도 30~50cm 정도 자라는 아까시나무는 목재로도 아주 훌륭하다. 뿌리에 공기 중의 질소를 고정할 수 있는 뿌리혹박테리아를 지니고 있어 다른 나무에 비해 생장이 빨라 목재의 경제적인 가치도 높다. 아까시나무 목재는 질기고 단단하여 내구성이 좋아 토목, 건축용으로 이용하거나 사용 빈도가 많은 농기구를 만드는 데 널리 사용하고 있다. 풍부하게 발달하는 잎은 식물 영양가가 높아 가축을 사육하는 데 사료용으로 가치가 높다.

그동안 아까시나무는 생장이 너무 왕성하여 생태계를 파괴하는 식물로 여겨졌었다. 잘라도 잘라도 돌아서면 옆에서 새순이 올라와 무성하게 자라나는 괴물 같은 식물로 알려졌었다. 그러나 알려진 것과는 달리 본디 아까시나무의 성격은 여리고 토양을 기름지게 만들어주는 식물이다. 환경에 잘 적응하는 강한 식물이지만 햇볕을 좋아하는 양수이기 때문에 주변에 다른 식물들이 울창하게 자라게 되면 스스로 자리를 물려주고 죽어버리는 아주 화끈한 성질의 식물이다. 그러나 성질이 급한 사람들이 나무를 죽이기 위해 줄기를 잘라버리면 아까시나무는 살아남기 위해 더욱 뿌리가 왕성하게 뻗고 더 많은 맹아를 발생시켜 새로운 줄기가 자라난다. 한때 전국적으로 30만ha에 이르던 아까시나무 숲이 이제는 10ha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줄어들었다. 그만큼 우리나라 숲이 울창해지고 생태계가 안정된 이유도 있겠지만, 그동안 아까시나무에 대한 사람들의 오해로 무분별하게 제거된 것이 가장 큰 이유일 수 있다. 아직 우리나라는 녹화가 시급한 황폐지가 곳곳에 널려 있고 각종 개발과 환경 파괴로 인한 훼손지의 자연환경 복원이 필요하다. 그동안 지속되었던 아까시나무에 대한 오해를 떨쳐버리고, 새삼스럽게 전국의 녹화지에 새로운 묘목을 심어봄은 어떨지 권해보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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