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보는 경제이야기]베네치아와 제노바

입력 2013-07-01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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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훈 시인·KDB산업은행 부장

이탈리아 도시국가들 중에서 가장 성공한 곳은 베네치아였다. 베네치아는 제노바와 지중해 교역을 두고 서로 경쟁했지만 베네치아가 상대적으로 유리했다. 당시 과학적으로 산업적으로 우월한 동양과 교역했기 때문이다. 베네치아의 주산물은 생선과 소금뿐, 따라서 동양과 유럽 간에 중개무역에 전념했다. 동양에서 사들인 면직물, 비단, 도자기, 향신료, 설탕 등의 상품들과 사치품들을 유럽대륙에 판매하면서 부를 축적하였다. 이렇게 축적된 자본으로 해운업과 조선업을 발전시켰고 지중해 경제패권을 확보하였다.

경제적 패권이 확고해지고 번영이 지속되자 부는 더욱 축적되었다. 경제가 활력을 보이면 사람들이 모이는 것은 당연지사, 인구가 급속하게 늘자 덩달아 땅값이 오르기 시작했다. 상인들은 바다를 버리고 뭍으로 올라와 토지를 사들이기 시작했다. 게다가 토지의 소유는 중세시대 귀족의 요건, 상인들이 귀족 흉내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축적된 자본은 수익률을 따라 변하는 법, 상업의 성황은 그 부문의 수익률을 낮추게 되었고 자본은 높은 수익률을 찾아 일부는 토지에 또 일부는 금융에 투자되었다. 이는 시간이 갈수록 강화되었고 결국 부의 원천이었던 무역과 제조업의 쇠퇴를 불러왔다.

도시국가들의 금융은 점차 수익률이 높은 먼 지역에 대한 투자로 눈을 돌렸다. 그곳은 바로 대양 항해시대를 준비하던 포르투갈과 스페인이었다. 대항해시대는 이탈리아 도시국가들의 금융업의 뒷받침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것이다.

자본이 몰리면서 사람과 기술이 뒤따랐다. 조선기술과 항해기술도 이베리아 반도로 옮겨갔고 고급인력과 모험인력도 함께 몰려갔다. 스페인 이사벨 여왕의 도움으로 신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 그도 제노바 출신이었다. 그렇게 이탈리아 도시국가들의 경제패권은 이베리아 반도로 넘어갔다.

우리나라 대기업들의 현금 보유액이 수백조 원을 넘는다. 그동안 기업들의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별별 조치를 다 취해 주었다. 세금을 감면해 주는가 하면 사면과 복권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러나 당부며 부탁, 협박과 회유로 투자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하는 척’만할 뿐이다. 수익률이 전제되어야 한다. 수익률이 있는 곳을 찾는 것은 기업가들의 몫이다. 다만, 이 거대한 여유자금이 토지와 금융에 치중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관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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