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계열사 자금 횡령ㆍ배임 혐의로 기소된 최태원 회장 형제의 항소심 재판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공방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28일 서울고등법원 형사4부(문용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11차 공판에서는 증인으로 출석한 김준홍 전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에 그동안의 증언을 토대로 최 회장이 450억원의 펀드 인출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이날 김 전 대표는 “2010년 SK에 관한 세무조사 이후에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으로부터 ‘최태원 회장은 펀드 인출 사실을 모른다’는 말을 들었고, 최 회장을 만났을 때도 모르는 것 같아 황당했다”고 진술했다. 이어 “최 회장으로부터 자신한테 얘기하고 말렸어야지 (왜 송금을 했느냐)는 얘기를 들으니 최 회장은 (펀드 인출 사실을) 진짜 몰랐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는 김 전 고문에 대해서 “세무조사 당시에는 이렇게까지 일이 크게 될 줄 모르고 별 의심을 안 했는데, 지금에 와서 보니 김 전 고문이 했던 말은 모두 못 믿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다른 말을 했다.
이에 문용성 재판장은 “똑같은 경험을 가지고 말하면서 시기에 따라 과거에는 믿었는데 (일이 커지니) 지금은 못믿겠다는 게 무슨 얘기냐”며 명확한 태도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번 재판이 이처럼 김 전 대표의 증언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핵심 증인인 김 전 고문이 해외에서 돌아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김 전 대표가 검찰 조사에서부터 1심과 2심에 이르기까지 여러 차례 진술을 번복하면서 사건이 복잡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이날 변론기일을 종결하려 했던 애초 계획을 변경, 최 회장 변호인 측의 충분한 변론을 보장하기 위해 다음 달 2일 오후 2시에 12차 공판을 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