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論]국가가 국민에 ‘헌신’을 요구하려면- 김창남 경희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

입력 2013-06-25 14:48 수정 2013-06-26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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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을 탈출하여 대한민국으로 돌아오려던 국군포로 정모씨(당시 82세)씨가 2009년 8월 중국 공안에 잡혀 장기 억류되었다가 2010년 2월 북송돼 평안남도 맹산 부근의 정치범수용소에 수감된 것으로 밝혀졌다. 고령에 건강도 좋지 않았던 정씨에게 정치범 수용소는 죽음이나 다름없다. 북송된 국군포로나 탈북자가 북한에서 어떻게 된다는 것은 이미 너무나 잘 알려진 사실이다.

2009년 당시 이명박정부는 정 씨의 한국 입국을 위해 중국 당국과 여러 차례 접촉을 하기는 했지만 북송을 막지 못했고 정씨가 북송된 후에는 제대로 된 항의조차 하지 못했다. 중국의 비인도적 처사는 국제사회의 규탄을 받아 마땅하지만, 당시 우리 정부의 무능과 무개념에 대해서도 실망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당시 청와대는 정씨의 송환을 중국에 공개적으로 촉구하는 것도 반대했다고 한다.

제 발로 사지를 탈출한 국군 포로의 송환을 위해 노력을 하지 않으면 국민의 비난이 쏟아질 것 같고, 중국의 눈치도 살펴야 하겠기에 이른바 ‘조용한 외교’ 라는 것을 하다가 80대 노인이 된 국군포로의 마지막 꿈을 허망하게 만들고 말았다. 당시 우리 정부는 국군 포로의 북송이 인류보편의 가치인 인권에 위배되며, 전쟁포로에 관한 제네바협약 위반이라는 말조차 중국에게 공개적으로 하지 못했다 한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우다 천신만고 끝에 탈북한 국민을 어찌 그 나라의 정부가 이런 식으로 대한단 말인가. 6.25전쟁 때 북한군에 잡힌 국군 포로는 어떤 비용과 노력을 들여서라도 귀환시켜야 할 우리의 국민이다. 미국, 영국, 호주 등 선진국들은 각종 전쟁에서 조국의 이름으로 싸우다 희생된 전사자들의 유해까지도 끝까지 찾아내 유족의 품에 돌려주고 있다.

북한에 잡혀 있는 국군포로가 누구인가? 6.25전쟁 당시 공산주의자들의 침략으로부터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웠던 분들이 아닌가. 이 전쟁에서 수많은 젊은이들이 나라를 지키겠다는 생각 하나로 싸우다 산화하지 않았던가. 그들이라고 목숨 아까운 줄 왜 몰랐을까. 요리조리 군복무를 회피하여 출세하고 자식 낳으며 행복하게 살고 싶지 않았을까. 이런 분들에게 과연 지금까지 이 나라와 정부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해왔다고 볼 수 있나.

6.25전쟁 이후 60여년이 흐르는 사이 대부분의 국군 포로는 한 맺힌 삶을 마감했더라도 아직 생존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500여명에 대해 이제라도 정부는 과거 정권들의 과오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적극적인 대책을 모색해야 한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운 분들의 생사안위를 소홀히 하면서 과연 무슨 낯으로 국민들에게 목숨 바쳐 싸워 달라 할 수 있을 것인가. 군복무와 같은 공적 헌신을 요구할 수 있을 것인가.

나라의 이름으로 싸우다 희생된 전사자, 상이군인 및 그들의 가족은 물론이고, 생존 참전용사들에 대한 혜택도 현실화해야 한다. 현재 대부분 80대의 고령인 6.25 참전용사들은 겨우 월 12만원의 명예수당을 받고 있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걸고 젊음을 바친 분들에 대한 보답으로는 민망한 수준의 금액이다. 전사자의 유해송환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나라의 기강을 바로 세우고 젊은 세대들에게 군복무의 자긍심과 보람을 앙양하기 위해서 군복무를 이행한 젊은이들에게는 교육, 의료, 취업 등에 있어 충분한 혜택을 주어야 한다. 이것은 나라를 위해 헌신하는 사람들에게 주는 정당한 보답인 동시에 공적 헌신을 기피하는 자들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사회 정의를 바로 세우는 일이다. 미국, 영국, 이스라엘 등 많은 국가들도 군복무자들에게는 특별한 혜택을 아끼지 않고 있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군복무자 가산점제 부활도 이런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다.

나라를 위해 헌신한 국민들에 대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소홀히 하면서 어떻게 나라가 국민에게 목숨을 건 충성을 요구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런 나라, 그런 정부는 국민에게 군복무와 같은 공적 헌신을 요구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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