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원대 횡령 혐의를 받고 있는 최태원 SK 회장 형제의 항소심 재판에서 김준홍 전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가 이번 사건의 책임을 지는 쪽으로 진술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21일 서울고법 형사4부(문용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아홉 번째 공판에서 김 전 대표는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이 전화로 자신에게 허위 진술을 지시했다고 진술했다. 김 전 고문은 2005년부터 최 회장 등으로부터 선물옵션 투자금 명목으로 수천억원을 송금 받은 인물이다.
김 전 대표는 “김 전 고문이 전화를 걸어와 ‘최씨의 최자도 꺼내서는 안 된다’고 했다”며 “‘최재원 부회장도 빼야 한다’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또한 김 전 대표는 최재원 부회장의 진술의 수위를 조절해달라고 주문했다는 증언을 했다. 최 부회장이 저녁을 사주면서 자신의 관여 정도를 낮춰 진술해달라고 부탁한 적 있다는 내용이다.
한편, 이날 김 전 대표는 펀드 투자금 450억원의 송금 과정과 관련해 “최 회장은 세무조사 때에 인출 사실을 알게 됐을 것”이라며 “나중에 알게 된 최 회장에게서 질책을 들었다”고 그간의 진술과 상반된 증언을 했다.
앞서 최 회장 형제는 2008년 SK 계열사를 통해 베넥스인베스트먼트에 투자한 2800억원 중 선지급금 명목으로 회삿돈 465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