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속칭 뼛속까지 ‘공돌이’다. 컴퓨터공학과를 전공하고 졸업 후 LG전자에서 근무하다 2000년에 증권사 IT부서로 옮긴 뒤 3년 전 KB투자증권에 자리를 잡았다.
웹 프로그래머인 홍 차장에게 다른 직함이 생긴 것은 올해 4월. 그는 ‘문학세계’라는 문예지를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그가 본격적으로 창작활동을 한 것은 지난해부터다. 홍 차장은 불혹에 들어서 삶에 대해 다시 돌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90년대는 IT가 대세였기에 대학 때 컴퓨터를 전공했는데, 직접 인생을 살아보니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많이 하는 나이더라”라며 “그 즈음 우연히 어렸을 때 썼던 글을 보고 본격적으로 시를 쓰게 됐다”라고 말했다.
특히 KB투자증권으로 옮기고 나서는 시를 쓰는게 더 자유로워졌다는 설명이다. 문학세계에 등단한 작품은 ‘못’, ‘눈 감는 시간’ 두 편이다. 밥을 먹다 우연히 벽에 머리가 꺾여있는 못이 마치 우리 자신과 같아 그 자리에서 내리 쓴 시다.
증권사 웹 프로그래밍과 시. 전혀 관계 없을 것 같은 일은 의외로 통하는 구석이 있다.
홍 차장은 “HTS, MTS, 웹 트레이드를 만드는 채널시스템은 고객들과의 접점으로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더 쉽게 트레이드를 할 수 있는지 고민을 하는 부서”라며 “무엇을 만들까, 왜 사람들이 이 폼을 선호할까 등 그 이면은 사람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인문학과 상통하는 부분이 있다”라고 말했다.
앞으로 계획이 무엇이냐고 묻자 그는 “10월까지는 프로젝트가 있어서 창작에 몰두하기 어렵지만 앞으로 꾸준히 시를 써서 시집을 내고 싶다”라고 웃으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