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論]‘개헌’이라는 이름의 덫-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입력 2013-06-13 10:31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지난 10일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은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다시금 개헌 얘기를 꺼냈다. 이 의원은 소득이 3만 달러가 넘고 인구가 5000만 명이 넘는 나라 중 대통령제를 하는 나라는 미국밖에 없는데 미국이 연방제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분명히 맞는 말이다. 유럽국가 대부분의 권력구조가 의원내각제이고 그나마 프랑스가 이원집정부제일 뿐이다. 그런 점에서 이 의원의 말이 생뚱맞은 것은 아니다. 이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의원이 개헌론을 부각시켜 친이계를 결집시키려 한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런 접근도 틀린 것은 아니다. 개헌이라는 존재는 분명 정치 공학적 의미를 내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새누리당 내에서 친이의 숫자는 극히 미미하다. 한마디로 개헌까지 주장하며 규합시킬 세(勢) 자체가 없다는 말이다.

그러면 이 의원은 도대체 왜 갑자기 개헌론을 들고 나왔을까? 답은 의외로 간단할 수 있다. 개헌론을 매개체로 자신의 존재를 부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존재 부각을 위해서는 정치권이 호응해줘야 하는데 적어도 지금까지 정치권은 조용하기만하다. 그러나 정치권이 언제까지 개헌론을 외면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에서는 현재 가시적인 대선후보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민주당의 경우 뚜렷한 대선후보가 없을 뿐 아니라 당의 지지도도 미미해서 분명 개헌에 대한 매력을 느낄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의 경우 지지율은 상대적으로 높지만 뚜렷한 대선후보가 없기는 민주당과 마찬가지다. 현재의 지지율을 믿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지금이야 박근혜 대통령의 고정 지지층 플러스알파로 버티고 있지만 박 대통령의 그 알파가 언제 없어질지 모른다. 거기다가 현재 가장 유력한 대선후보는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다.

상황이 이러니 기존 정치권은 속이 탈 것이다. 여기서 기존 정치권의 공통분모를 찾을 수 있다. 권력을 남 주자자니 아깝고 그렇다고 자신이 차지할 능력은 안 되니까 결국은 개헌으로 뜻이 모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과거 이 의원이 주장한 것처럼 4년 중임제 개헌을 가지고는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4년 중임제 개헌이라는 것은 단지 대통령제를 수리하자는 것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만일 기존의 정치권이 유력 대선후보를 찾거나 만들지 못한다면 대통령제를 포기하고 다른 권력구조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이 의원도 소득 3만 달러 이상의 국가에서 대통령제 하는 나라는 없다는 말을 하는 거 보면 그가 주장하는 개헌도 4년 중임제 개헌은 아닌 것이란 생각이 든다. 권력구조 개편을 염두에 뒀을 것이라는 말이다. 그는 현재 내각제가 아닌 이원집정부제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 중요한 것은 권력구조를 바꾸자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오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런 종류의 개헌 얘기는 최근에도 나온 적이 있다. 개인적 의견임을 전제로 한 말이었지만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는 의원 내각제를 선호한다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현재로선 청와대는 개헌론을 견제할 것이 분명하다. 지금은 정권 초기이고 그렇기 때문에 개헌론이 본격적으로 공론화될 경우 정권의 존재감이 묻혀버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청와대가 앞으로도 그런 태도를 보일 거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만일 대통령 임기를 보장한다면 청와대로서도 굳이 개헌에 반대할 이유도 없다.

주목할 만한 점은 박 대통령은 어찌됐던 더 이상 대통령을 할 수 없다는 사실과 우리나라에서 반복되는 퇴임 이후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고 싶을 것이라는 점이다. 의원내각제로 개헌한다면 박 대통령은 더 이상 퇴임 이후의 트라우마에 시달릴 필요도 없을 것이고 잘하면 새누리당의 실권자로서 계속해서 나름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 이번 개헌 주장을 그냥 지나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대목이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단독 56년의 대장정…현대차 글로벌 누적생산 1억 대 돌파
  • '연봉 7000만 원' 벌어야 결혼 성공?…실제 근로자 연봉과 비교해보니 [그래픽 스토리]
  • ‘채상병 특검법’ 野주도 본회의 통과...22대 국회 개원식 무산
  • 허웅 전 여친, 유흥업소 출신 의혹에 "작작해라"…직접 공개한 청담 아파트 등기
  • 신작 성적 따라 등락 오가는 게임주…"하반기·내년 신작 모멘텀 주목"
  • '5000원' 백반집에 감동도 잠시…어김없이 소환된 광장시장 '바가지'? [이슈크래커]
  • '시청역 역주행' 사고 운전자 체포영장 기각된 까닭
  • 임영웅, 광고계도 휩쓸었네…이정재·변우석 꺾고 광고모델 브랜드평판 1위
  • 오늘의 상승종목

  • 07.04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83,470,000
    • -1.78%
    • 이더리움
    • 4,499,000
    • -3.04%
    • 비트코인 캐시
    • 493,400
    • -6.46%
    • 리플
    • 633
    • -3.51%
    • 솔라나
    • 193,100
    • -2.57%
    • 에이다
    • 542
    • -5.08%
    • 이오스
    • 740
    • -6.09%
    • 트론
    • 181
    • -1.09%
    • 스텔라루멘
    • 127
    • +0%
    • 비트코인에스브이
    • 54,300
    • -9.2%
    • 체인링크
    • 18,670
    • -4.5%
    • 샌드박스
    • 416
    • -6.52%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