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 없는 스포츠는 없다]대한민국 스포츠 역사 뒤흔든 “대~한민국”

입력 2013-06-07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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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프로출범, 응원문화 태동… 2002년 월드컵, ‘붉은악마’로 전성기

2002년 6월, 붉은 물결이 대한민국을 뒤덮었다. 붉은 티셔츠의 응원단이 서울시청 앞 광장과 광화문 앞 사거리를 모조리 점령했다. 붉은 물결은 서울을 넘어 전국으로 확산됐다. 종합운동장과 실내체육관, 공원, 광장 등 사람이 모일 만한 곳은 여지없이 붉은 물결이다. 이들은‘붉은 악마’다.

스포츠평론가 신명철 씨는 “‘붉은 악마’는 2002 한·일 FIFA 월드컵을 통해 한국의 스포츠팬 및 응원문화를 뒤바꿔 놓았다”며 “‘붉은 악마’는 자발적이면서 획일적(붉은 티셔츠)이고 조직적(응원가·구호)이다. 그러나 이들은 과거와 달리 경기 결과에만 집착하지 않았다. 현장 분위기와 퍼포먼스를 중시하는 축제에 가까웠다”고 설명했다.

‘길거리 응원’의 시초는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먹고 살기도 빠듯했던 시절에 ‘길거리 응원’이라면 와닿지 않을 수도 있지만 사실이다. 당시의 ‘길거리 응원’에는 응원 구호도, 응원가도 없었다. 오로지 TV 한 대만 있으면 해결됐다.

TV가 흔치 않았던 탓에 스포츠 빅 이벤트라도 있는 날이면 온 동네 사람들은 TV 앞에 모여 스포츠 경기를 함께 관람했다. 작은 TV 한 대의 위력은 대단했다. 경기 결과에 따라 온 동네 사람들을 웃고 울리고 열광케 했다.

한국 스포츠사에 동대문운동장이 빠질 수 없다. 1926년 개장해 2007년 12월 철거 때까지 한국 스포츠의 수많은 역사를 써내려간 현장이기 때문이다.

신명철씨는 “당시 동대문운동장은 축구 국가대항전의 단골 경기장이었다”며 “경기가 있는 날이면 스탠드를 가득 메운 관중들이 준비된 응원 구호와 응원가를 따라 부르며 조직적으로 응원했다. 이미 그때부터 독자적 응원문화는 꽃을 피우고 있었다”고 말했다.

1980년대 초는 프로 스포츠가 본격적으로 출범했다. 그러나 프로야구의 지역연고제는 정치 개입으로 이어졌다. 영·호남 갈등과 대립이 그것이다. 결국 프로 스포츠는 중흥을 맞이했지만 경기장 난입과 폭력은 피할 수 없었다.

당시에는 스포츠팬이라고 해봐야 중장년층 남성이 대부분이었다. 절도 있는 구호와 군가를 연상케 하는 응원가는 스포츠 경기장의 상징이 됐다. 당시는 또 ‘스포츠 경기력=국력’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팽배했다. 경기는 전투적이었고, 선수들의 정신무장은 필수였다. 화려한 플레이보다 끈기 있고 악착 같은 플레이어가 사랑받았던 이유다.

1988년 서울올림픽은 국내에서 개최된 사상 최대 규모 스포츠 빅이벤트였다. 세계적인 스포츠스타들이 대거 국내에 모인 일도 처음이었다. 한국은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스포츠팬 및 응원문화에 새롭게 눈을 뜨게 됐지만, 승리 지상주의와 ‘스포츠 경기력=국력’이라는 인식은 여전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스포츠팬 대부분은 남성이었다.

그러나 2002년 한·일 FIFA 월드컵 길거리 응원은 달랐다. 응원 방법도 파격적이었지만, 무엇보다 참가자 연령이 다양해졌다. 특히 젊은 여성들의 참여가 눈에 띄게 늘었다. 이들 중에는 축구 룰조차 모르는 사람도 많았다. 그저 현장 분위기를 즐기기 위해 동참했던 사람들도 많다.

월드컵 축구경기 응원으로 시작된 자발적 응원문화는 프로야구 700만 관중시대로 이어졌다. 프로야구 700만 관중 뒤에도 여성 스포츠팬이 있었다. 젊은 여성 스포츠팬의 증가는 경기장 분위기를 바꿔놓았다. 획일적인 응원에서 창의적이고 다양한 방법의 응원문화를 선보이면서 주말·휴일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 및 가족 나들이 장소로 자리를 굳혔다.

이처럼 스포츠팬 한명 한명이 모여 새로운 응원 문화를 창조해냈다. 그러나 모든 스포츠팬이 한국 스포츠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니다. 스포츠 팬에도 두 얼굴이 있었다.

특히 80년대 초반 프로야구장은 정치가 개입된 지역감정의 전쟁터였다. 인터넷 보급이 본객화된 2000년대 초반부터는 인터넷 악성댓글이 선수들을 괴롭혔다. 악성댓글에는 특별한 이유도, 논리도 없는 ‘묻지마 비방’이 대부분으로 여전히 사회적 문제로 남아 있다.

스포츠 평론가 신명철씨는 “어떤 나라든 스포츠팬은 두 얼굴이다. 그러나 스포츠팬이 없는 스포츠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유가 어찌됐든 스포츠 경기 현장에는 더 많은 팬이 요구된다. TV, 인터넷,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는 스포츠팬들을 어떻게 하면 스포츠 현장으로 이끌어낼 수 있냐에 한국 스포츠 중흥의 열쇠가 걸려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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