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일각에서는 그동안 쾌속 성장을 이어온 삼성이 총체적인 ‘평판 리스크’에 직면했다는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1위 기업에게 거는 사회적 기대치와 사명, 풀어야할 숙제가 그만큼 방대하기 때문이다. 준법경영과 경영권 승계를 시작으로 넓게는 공정 경쟁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까지 ‘윤리경영’이 내포하고 있는 의미는 포괄적이다.
2010년 이건희 회장이 경영일선에 복귀하면서 언급한 삼성의 위기론에서 ‘사회적 책임’은 빼놓을 수 없는 화두다.
경영환경이 빠르게 변하면서 기업의 윤리경영과 준법경영, 상생협력은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으로 떠올랐다. 삼성은 이에 대비해 전통적으로 추구해온 경영이념과 기본정신을 바탕으로 발전적인 변화를 구상하기 시작했다.
1993년 신경영 선언 이후 삼성은 꾸준히 윤리경영을 선포해왔다. 각 시대별로 당면한 현안 과제에 대해 1위 기업으로서 윤리적 책임을 강조한 셈이다.
글로벌 대표기업들은 이미 윤리경영과 행동지침을 골자로한 경영원칙을 앞세워왔다. 일본 토요타의 ‘토요타 웨이(Way)’와 ‘휴렛팩커드의 HP 웨이(Way)’, 존슨앤존슨의 ‘우리의 신조(Credo)’ 등이 대표적이다.
삼성 역시 지난 2005년 ‘윤리경영 선포’을 시작으로 1등 기업의 역할에 나서고 있다.
기업이 추구하는 윤리 이념과 지향점을 전 직원이 공유하고, 나아가 이를 사회가 함께 나눌 수 있도록 쉽게 풀어놓은 윤리지침이다. 1년여의 준비기간을 거쳐 마련된 ‘삼성의 경영원칙’은 이건희 회장의 윤리경영 철학을 임직원의 행동원칙으로 구체화한 지침이다.
이는 당시까지 각 계열사별로 운영하던 ‘윤리강령’을 새로 재정립하고, 임직원들이 알기 쉽게 실천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후 삼성의 윤리 강령은 이를 바탕으로 시대에 맞게 수정되고 보완돼 왔지만 그 뿌리는 흔들리지 않고 있다.
이 처럼 삼성은 재계에서 처음으로 임직원 행동원칙인 경영원칙을 만들어 회사의 사회적 존재 이유와 사명을 규정했다.
단순하게 경영원칙만 내세운 것은 아니다. 이를 효과적으로 정착하고 그룹내에서 유지할 수 있도록 ‘삼성 윤리경영원칙 실천위원회’도 세웠다. 나아가 전 임직원의 사내 교육도 이를 바탕으로 추진했다. 국내 임직원뿐 아니라 해외 핵심인력 채용과 교육에도 이를 적극 활용한다.
삼성은 2005년 윤리경영 선포 이후 세계화 시대에 적응할 수 있는 경영 이념과 삼성인 정신을 새로운 기업문화로 안착시키는데 주력하고 있다. 삼성이 정립하고 내비쳐온 윤리경영은 이제 21세기 삼성의 중심을 넘어 대한민국 재계 윤리경영의 교과서로 자리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