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시장이 라이선스 작품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뮤지컬계는 2013년 한해 시장 규모가 3000억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이윤을 창출하고 매출을 선도하는 주인공은 여전히 창작 뮤지컬이 아닌 라이선스 작품들이다. 브로드웨이나 유럽 등에서 작품을 들여오기 위해 많은 제작자의 라이선스 계약 경쟁이 벌어진다.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출혈도 마다치 않는 파격 공세까지 서슴지 않는 제작사가 급증하고 있다. 뮤지컬계가 해마다 30% 고속 성장을 하고 있지만 웃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이유다.
대부분의 라이선스 뮤지컬 작품은 100억원이 넘는 제작비가 들어간다. 2001년 ‘오페라의 유령’이 7개월간 140억원의 제작비를 썼다. 지난해 열풍을 몰고 왔던 ‘레미제라블’은 200억원이 투입됐다. 지난해 상반기 돌풍을 일으켰던 ‘엘리자벳’은 120회 공연에 95억원이 들어갔다. 이탈리아 ‘베로나 오페라 페스티벌’의 상징적 작품인 ‘아이다’는 100억원이 투입됐다. 지난해 하반기 초연된 ‘위키드’는 200억원을 투자하며 관객을 압도했다.
라이선스 작품에 목매는 환경에서 배우와 원저작자만 배불린다는 의견도 나온다. 배우는 유명한 작품을 해서 좋고 원저작자는 본인 작품들을 사 간다는 제작사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반면 제작사나 투자자로서는 높은 제작비의 대작들에 투자하는 금액이 부담이다. 그럼에도 해외의 큰 무대에서 검증된 작품을 들여오면 성공이 보장된다는 인식으로 경쟁에 참여할 수밖에 없다. 이익을 줄이더라도 안전한 길을 택하자는 게 시장의 악순환을 만들었다. 창작뮤지컬에 투자가 잘 이뤄지지 않는 것이 이를 대변한다.
뮤지컬계에서는 너무 쉽고 편한 길만 쫓는 것이 아니냐는 자성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창작뮤지컬을 육성하자는 의견이다. 라이선스 뮤지컬을 주도적으로 들여온 제작자들은 최근 창작뮤지컬 제작에 눈을 돌리고 있다. 창작뮤지컬의 손익분기점은 유료 객석점유율 40~50%대다. 손익분기점 숫자로만 본다면 장밋빛 미래가 펼쳐질 것 같지만 낮은 인지도를 극복하기가 쉽지 않다. 최근 창작뮤지컬을 제작한 기획사 관계자는 “창작뮤지컬을 해 보니 왜 이렇게 라이선스 작품을 선호하는지 알겠다”며 “브로드웨이 작품이나 유럽 유명 작품들의 라이선스 비용이 들어간 만큼 성공이 보장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뮤지컬계에 횡행하고 있는 라이선스 뮤지컬 지상주의에 대해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원종원 교수는 “업계 관계자들이 공멸하지 말자는 공감대가 필요할 때”라며 “창작뮤지컬 활성화를 통해 선순환 구조의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