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일희, 국산 골프용품 희망을 쐈다 [오상민의 현장]

입력 2013-05-28 13:23 수정 2013-05-28 13:24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사진=연합뉴스)

또 다시 승전보가 전해졌다. 이번에는 이일희(25ㆍ볼빅)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데뷔 4년 만의 쾌거다.

아쉬움이 있다면 우승을 차지한 바하마 클래식이 정상적으로 치러지지 못했다는 점이다. 기상 악화로 인해 대회 규모는 12홀씩 3라운드 플레이로 축소됐다. 18홀씩 나흘간 72홀 스트로크플레이로 승부를 가리는 다른 대회와 비교하면 절반 규모다.

그렇다 해도 이번 우승의 의미는 남다르다. 2011년 최나연(26ㆍSK텔레콤)의 한국인(계) 선수 LPGA투어 통산 100승 이후에도 꾸준히 승수를 추가해온 ‘코리아 낭자군’은 올 시즌 다섯 번의 우승을 보태 통산 115승이 됐다.

이번 대회의 의미를 ‘LPGA투어에서 올린 한국선수의 우승’으로 단순하게 결론내릴 수도 있지만, 기자는 다른 면에서 의미 부여했다. 국산 골프용품의 미래를 확인한 우승이었기 때문이다.

이일희는 해외 프로골프대회에서 국산 골프용품을 사용해 우승한 첫 번째 한국선수가 됐다. 지금까지 115승을 올리는 동안 누구도 국산 골프용품을 사용해 해외무대에서 우승한 일은 없었다. 이일희가 사용한 골프용품은 볼빅 비스타 컬러(옐로우) 골프공이다.

볼빅은 충북 음성에 공장은 둔 중견기업으로 한국인 경영자와 한국인 기술자가 한국에서 제작한 순수 ‘made in korea’다. 거기에 한국선수가 사용해 세계무대에서 정상에 올랐으니 경이로운 일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프로골퍼들은 미국과 일본 등에서 수입된 골프용품을 사용해왔다. 이번에 이일희가 사용한 골프용품은 골프공 하나에 불과하지만 첫 단추를 끼웠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수입 제품만을 선호하는 국내 골퍼들의 잘 못된 인식을 바로잡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특히 ‘made in japan’에 대한 ‘묻지마 동경심’은 이미 도를 넘은지 오래다.

수입상들은 소비자들의 선입견을 교묘한 상술로 이용했다. 아직도 성능보다 브랜드를 더 따지는 사람이 많다. 2000년대 초반에는 더 심했다. 특히 일본 제품이라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사람도 있다. 따라서 일제 골프용품 광고에는 일본색이 짙었다. 심지어 일본어를 그대로 노출하는 광고도 많았다.

그런 상황 속에서도 볼빅은 ‘made in korea’를 고집했다. 고독한 싸움을 이어가며 골프공시장 점유율을 2위까지 끌어올렸고, 올해는 이일희를 통해 세계무대 정상을 밟았다. 누가 국산 골프용품을 저평가할 수 있겠는가.

볼빅은 이일희뿐 아니라 국내외 약 200명의 선수들이 사용하고 있다. 수출시장은 일찌감치 열려서 일본, 동남아 등에서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드라마와 K팝으로 전 세계 한류를 일으키고 있는 한국 대중문화도 첫 단추는 미흡했다. 아니 열리지 않을 줄 알았다. 그러나 한국 대중문화는 전 세계인의 중심에 우뚝 섰다.

이일희의 우승은 그 가능성을 보여줬다. 훗날 역사는 이렇게 기억할 듯하다. “전 세계 골프용품시장을 휩쓴 ‘made in korea’의 도전은 그렇게 시작됐다”라고….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생일 축하해” 루이바오·후이바오의 판생 1년 [해시태그]
  • '풋살'도 '요리'도 재밌다면 일단 도전…Z세대는 '취미 전성시대' [Z탐사대]
  • "포카 사면 화장품 덤으로 준대"…오픈런까지 부르는 '변우석 활용법' [솔드아웃]
  • 단독 삼정KPMG·김앤장, 금융투자협회 책무구조도 표준안 우협 선정
  • 4인 가구 월 가스요금 3770원 오른다…8월부터 적용
  • '연봉 7000만 원' 벌어야 결혼 성공?…실제 근로자 연봉과 비교해보니 [그래픽 스토리]
  • 코스피, 삼성전자 깜짝 실적에 2860선 마감…연중 최고
  • 고꾸라진 비트코인, '공포·탐욕 지수' 1년 6개월만 최저치…겹악재 지속 [Bit코인]
  • 오늘의 상승종목

  • 07.05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80,334,000
    • -3.79%
    • 이더리움
    • 4,237,000
    • -5.84%
    • 비트코인 캐시
    • 464,800
    • -5.47%
    • 리플
    • 604
    • -4.88%
    • 솔라나
    • 192,900
    • -0.1%
    • 에이다
    • 498
    • -7.61%
    • 이오스
    • 684
    • -7.44%
    • 트론
    • 181
    • -1.09%
    • 스텔라루멘
    • 121
    • -4.72%
    • 비트코인에스브이
    • 50,050
    • -8.42%
    • 체인링크
    • 17,570
    • -5.69%
    • 샌드박스
    • 400
    • -3.85%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