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도 유럽과 미국처럼 막대한 부채에서 비롯된 경제위기를 겪을 수 있다는 불안이 커지고 있다.
중국과 인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태국 베트남 등 아시아 신흥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공공부문 부채 비율이 지난해 중반 155%로 2008년의 133%에서 확대되면서 1997년 외환위기 수준을 넘어섰다고 2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다국적 컨설팅업체 맥킨지 자회사 맥킨지글로벌인스티튜트 조사를 인용해 보도했다.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4년간 각국 정부는 경기침체에서 탈출하고자 막대한 돈을 쏟아부었다. 민간 부문도 저금리 기조에 은행 등에서 막대한 돈을 끌어썼다.
대표적인 예가 중국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08년 4조 위안 (736조원)의 경기부양책을 펼쳤다. 중국 은행의 신규대출은 2009년에 전년보다 33% 늘었다. 이는 이전 6년간 신규대출 증가율 평균인 15%를 크게 웃도는 것이다.
그 결과 중국은 세계 각국이 경기침체에 허덕이던 2008~2010년에도 연평균 9.7%라는 놀라운 성장률을 기록했다.
문제는 지난해부터 중국 경제둔화가 본격화했음에도 여전히 신용팽창이 계속되고 있는 점이라고 WSJ는 지적했다.
중국의 지난해 GDP 대비 부채 비율은 183%로 2008년의 153%에서 커지고 아시아 평균도 웃돌았다. 장즈웨이 노무라홀딩스 이코노미스트는 “그림자금융 등 정부의 통제와 관리의 손이 미치지 않는 부문의 부채까지 고려하면 중국의 GDP 대비 부채 비율은 이미 200%를 넘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인민은행 정책위원을 역임했던 위융딩 중국 세계경제학회 회장은 “중국의 금융시스템은 여전히 취약하고 깨지기 쉽다”면서 “중국이 당장 금융위기를 맞을 가능성은 낮지만 지뢰는 이미 깔려있다”고 경고했다.
말레이시아도 부채가 급증했다고 WSJ는 전했다. 말레이시아의 GDP 대비 부채 비율은 2008년의 192%에서 지난해 242%로 커졌다. 말레이시아는 외환위기 직격탄을 맞은 지난 1998년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 7%를 기록하는 등 직격탄을 맞았다. 2000년대 들어서는 수출증가에 힘입어 경제가 살어났으나 최근은 수출이 지지부진해 정부가 대형 프로젝트에 돈을 쏟아부어 경제성장을 지탱하고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
말레이시아 재무부 산하 국영기업인 매스래피드운송은 현재 쿠알라룸프르에서 약 96km의 지하철을 건설하고 있다. 매스래피드는 조만간 지하철 건설에 필요한 자금조달을 위해 100억 달러의 회사채를 발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