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창출 해법은]재취업은 ‘하늘의 별 따기’… 창업했더니 ‘절반’이 부도

입력 2013-05-09 11:37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구직 성공 35% 불과 ‘바늘구멍’… 음식점 등 레드오션 무리하게 진출

#경기도 안산에서 중소기업 임원으로 재직 중인 이모(54)씨는 최근 불면증과 스트레스성 소화불량으로 치료를 받고 있다. 이씨는 얼마 전까지 은퇴를 고민하면서 술자리를 자주 갖고 지나친 흡연을 했는데, 이로 인해 불면증과 소화불량 진단을 받았다.

요즘 이씨는 창업스쿨에서 만난 사람들과 제2의 인생을 설계하느라 회사 동료나 친구들과의 만남도 뚝 끊었다.

베이비붐 세대(195년~1963년생)의 은퇴가 본격화하고 있다. 베이비부머는 전체 인구의 약 15%를 차지하면서 720만명으로 추산된다. 베이비부머들은 2010년부터 매년 수십만명이 일자리를 잃고 거리에 쏟아지고 있다. 이들의 집단 은퇴는 국민연금 지출 증가와 이를 부담해야 하는 정부의 재정 악화 등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갈 길 바쁜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부정적 시선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정부가 △일자리 부족 △창업불안 △세대 간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 대책을 마련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 일자리 문제를 세대 간 갈등의 원인으로 몰고 가는 사회현상도 시급히 바로잡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가족을 부양하며 돈 쓸 곳이 많은 중·장년층의 재취업 문제는 청년 실업과는 별도의 실효성 있는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지난달 19일 경기 성남시청 로비에서 열린 2013년 성남시 취업박람회에서 베이비붐 세대들이 자신에게 맞는 일자리를 찾고 있다. (사진=성남/뉴시스)
◇재취업 ‘하늘의 별따기’

지난달 26일 경기도가 주최하고 용인시가 주관한 ‘2013년 용인 채용박람회’가 기흥구청에서 열렸다. 박람회는 일자리를 희망하는 베이비붐 세대 구직자들에게 폭넓은 취업 기회를 주고자 마련됐다.

25개 구인업체가 베이비부머 및 일반 청·장년 구직자 162명을 채용한다는 소식에 1000여명이 박람회장에 몰렸다.

이날 기업들은 생산, 판매 분야 등에 최종 93명만 뽑았다. 모집 인원 대비 57%의 채용률에 그쳤다.

고용노동부 중견전문인력 고용지원센터의 2011년 사업실적을 보면 센터를 통해 구직활동을 한 7781명 중 35.1%에 불과한 2732명만이 취업에 성공했다. 10명 중 6~7명은 높은 벽만 실감한 채 발길을 돌려야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각 지자체별로 베이비부머의 취업을 돕기 위한 일자리 박람회가 넘쳐나고 있지만 근본적 해결이 아닌 땜질식 처방에 그치고 있다.

또 취직에 성공한다고 해도 일자리의 질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를 보면 베이비부머 재취업자의 직종은 단순노무, 서비스, 장치·기계조작, 관리자 등이 전체의 70% 가량을 차지했다. 재취업 후 사무직 종사자는 26%에서 3.8%로 뚝 떨어진 반면 단순노무직 종사자는 7.5%에서 26.1%로 크게 올랐다.

◇불안한 창업…절반은 실패

하지만 대부분의 베이비부머가 노후 준비에 미흡해 창업으로 제2의 인생을 설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생계형 창업에 나선 베이비부머들의 창업 실패율이 높다는 점이다.

지난해 8월 금융결제원 발표에 따르면 전체 자영업자의 30% 이상이 50대이며, 어음을 막지 못해 부도를 낸 자영업자 47%가 50대로 조사됐다.

업계 전문가들은 50대 창업자들의 실패요인으로 음식점, 호프집 등 과당경쟁 업종에 몰려있는 점을 꼽았다. 레드오션 시장에 무리하게 뛰어든 것이 창업 성공의 발목을 잡았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브랜드파워나 입소문만 믿고 프랜차이즈를 시작하는 예비창업자들이 적지 않다. 그만큼 안정적 정착이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안전한 창업 아이템의 조건으로 세 가지를 강조한다. 첫째, 최신 트렌드를 따라가면서 유행을 타지 않을 것 둘째, 시장 규모가 커서 꾸준히 안정적 매출이 가능할 것 셋째, 제한된 동종업종으로 영업권을 보장받을 것 등이다.

◇정년 60세 연장 ‘글쎄’…세대 간 갈등 ‘억울’

지난달 한 지자체가 실시한 베이비부머를 위한 채용박람회에서는 세대 간 소동이 벌어졌다.

베이비부머가 아닌 30~40대가 박람회장에 몰리면서 채용기회를 놓고 주최 측에 항의하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유모(55)씨는 “같은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더라도 회사 측에서는 젊은 사람을 선호할 텐데 공정한 경쟁이 되겠냐”고 말했다.

이날 박람회에서 최종 선발된 24%는 베이비부머가 아닌 청년층이었다.

이처럼 베이비부머들은 젊은 사람들의 일자리나 뺏으려는 집단으로 세대 간 갈등의 오해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최근 ‘정년 60세 연장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제대로 지켜질까’ 하는 의문과 함께 세대 간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최모(52·회사원)씨는 “정년이 60세로 법으로 보장한다지만 일부 대기업 등에서만 지켜질까 우리(중소기업)와는 거리가 멀다”며 “사업주가 고되거나 생뚱맞은 부서로 발령을 내는 등 스스로 견디지 못하게 하는 방법까지는 막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다”고 말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베이비붐 세대 고용의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베이비붐 세대가 본격적으로 퇴직을 시작하면서 고용구조 및 산업구조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 연구위원은 “베이비붐 세대 고용률 하락의 주된 원인은 일거리 부족이며, 정년퇴직이 가파르게 증가하기 시작한 것도 한 요인”이라며 “베이비붐 세대의 급격한 은퇴는 정부의 ‘고용률 70%’ 목표 달성을 어렵게 할 것이어서 베이비붐 세대의 고용률 하락폭을 줄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생일 축하해” 루이바오·후이바오의 판생 1년 [해시태그]
  • 축구협회, 국가대표팀 사령탑에 홍명보 감독 내정
  • 검찰, ‘경기도 법카 유용 의혹’ 이재명 부부에 소환 통보
  • 꺾이지 않는 가계 빚, 7월 나흘새 2.2조 '껑충'
  • '별들의 잔치' KBO 올스타전 장식한 대기록…오승환ㆍ김현수ㆍ최형우 '반짝'
  • “나의 계절이 왔다” 연고점 새로 쓰는 코스피, 서머랠리 물 만난다
  • ‘여기 카페야, 퍼퓸숍이야”... MZ 인기 ‘산타마리아노벨라’ 협업 카페 [가보니]
  • 시총 14.8조 증발 네카오…‘코스피 훈풍’에도 회복 먼 길
  • 오늘의 상승종목

  • 07.05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80,211,000
    • -2.66%
    • 이더리움
    • 4,199,000
    • -3.71%
    • 비트코인 캐시
    • 449,300
    • -7.63%
    • 리플
    • 604
    • -5.33%
    • 솔라나
    • 190,700
    • -6.38%
    • 에이다
    • 500
    • -5.12%
    • 이오스
    • 706
    • -4.59%
    • 트론
    • 179
    • -3.24%
    • 스텔라루멘
    • 121
    • -5.47%
    • 비트코인에스브이
    • 50,000
    • -5.84%
    • 체인링크
    • 17,730
    • -5.69%
    • 샌드박스
    • 409
    • -4.88%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