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창출 해법은]가사·육아는 여성 몫… ‘일.가정 양립 정책’ 그림의 떡

입력 2013-05-09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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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땐 ‘그만둘 사람’ 취급… 여성경제활동 50% 안 넘어

“임신을 했다고 하니 아예 ‘그만둘 사람’ 취급을 하더라고요. 한동안 ‘바늘방석’에 앉아 있는 것 같았죠. 월급 받아 봤자 다 보육비로 나갈 바에 그냥 제가 키우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어 회사를 그만뒀습니다.”

서울에 있는 4년제 대학을 나와 직원 70명인 중소기업의 경리부서에서 근무했던 김주영(32)씨는 임신을 하고 나서 회사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던 배경을 설명했다.

대기업에 다니는 박형철(37)씨는 매주 토요일 출근한다. 회사에서 특근 일정표가 미리 나오기 때문에 싫어도 어쩔 수 없이 주말에 출근해야만 한다. 명절에도 회사에서 직원 60% 이상 근무 지침이 내려오기 때문에 쉴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일요일이 유일한 휴일이지만 부족한 잠을 보충하기 바쁘다.

박씨는 “일이 끝나고 집에 들어가면 아이들이 잠들어 있고 아이들이 잠에서 깨기 전에 출근하는 경우가 많다. 가족들과 밥 한 끼 먹기 쉽지 않고 집은 잠만 자는 하숙방처럼 여겨질 때가 있다”고 말했다.

중견기업 과장인 주부 조명숙(45)씨는 퇴근하고 나서 늦은 밤까지 빨래와 청소를 하고 다음날 아이들 반찬거리를 만들어 놓고나서야 잠자리에 들 수 있다.

조씨는 “퇴근하고 집에 들어오면 집안이 엉망이고 아무도 집안일을 도와주지 않는다”면서 “집안일을 하고 자정쯤 잠자리에 드는 일상이 반복되니 회사에서도 졸기 일쑤”라고 했다.

대다수 노동자들이 장시간 노동을 하고 가사와 육아를 여성의 몫으로만 보는 인식이 개선되지 않고 있어 일-가정 양립정책이 구호에 그치고 있다.

◇현실과 먼 일-가정 양립 정책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 일-가정 양립 정책을 범정부적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1980년대 중반 이후 여성노동시장 참여율이 높은 프랑스나 스웨덴의 경우 출산율 역시 높게 나타난다. 이는 남녀 근로자의 일과 가족생활을 지원하는 일-가정 양립 정책이 잘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떨까. 한국의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이 50%를 넘지 못하고 있는데 출산율은 세계 최저 수준이다.

한국 여성의 노동시장 참가율 그래프가 ‘M자형(M 커브)’을 나타낸다는 것은 가임기와 육아기에 노동시장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것을 방증한다.

이러한 낮은 경제활동 참가는 여성의 경력 단절과 숙련 저해를 초래해 여성 노동을 저임금, 비정규직으로 고착화시킨다. 또 선진국과 비교해 현격하게 큰 남녀 임금 격차의 원인이 되고 있다.

한국은 맞벌이가 늘고 있지만 ‘집안일은 여자 일’이라는 고정관념이 일-가정 양립의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또 기업 자체의 환경이 열악한 상황에서 정부의 정책이 치밀하게 짜이지 않아 공백을 메우지 못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민간의 행동이나 인식 변화를 이끌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연간 실제 근로시간은 2316시간으로 OECD 평균(1768시간)보다 548시간 많다. 이와 같은 노동문화가 자리잡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북유럽 국가에서 시행되고 있는 탄력근무제와 같은 제도를 사용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여성가족부는 가족친화 직장문화 조성을 위해 2008년부터 가족친화인증제도를 도입, 운영하고 있으나 기업의 참여를 유인할 수 있는 인센티브가 부족해 아직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육아휴직제’그림의 떡

통상임금의 약 40% 수준 한도 내에서 최저 50만원, 최고 100만원을 지급하는 ‘육아휴직제’는 근로자 입장에서 소득 감소 또는 경력 단절을 이유로, 기업 입장에서 특정업무 중단 위기, 대체인력 채용 부담 등으로 사용자가 많지 않은 실정이다.

제도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육아휴직 급여 수준을 점차적으로 상향 조정하고, 기업에 대한 지원과 감독을 강화하며 ‘남성 육아휴직’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다.

여성들도 안정적인 직장에 한해 육아휴직을 쓰고 있는 것이 현실이지만 남성 육아휴직제가 도입되면 전반적으로 여성들이 육아휴직을 사용하기 더 수월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는 일과 가정의 양립과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 여성의 고용률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데 전력투구하고 있지만, 비정규직이나 저임금 일자리를 양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박근혜 정부가 국정 과제로 제시한 임신부 단시간근로제 역시 민간기업은 노동시간과 임금이 맞물리는데 자칫 노동시간이 줄어든 만큼 저임금 임신 근로자를 양산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박종서 연구원은 “5인 미만 사업장 기업들이 많은 부분을 차지해 기업 자체의 환경이 열악한 현실적 어려움이 있고, 남성 중심 문화가 팽배한 상황에서 외국의 제도를 그대로 도입 적용해놓았더니 잘 작동이 되지 않고 있다”면서 “제도가 충분하지 않아서 기업 등 민간에서 생기는 공백을 제대로 보완해 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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