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누가 음악 가격을 결정하나- 이상협 KT뮤직 시너지기획실 실장

입력 2013-05-08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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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수다. 이십년도 더 된 데뷔 앨범이 있고, 최근에도 새로운 앨범을 녹음 중이며, 제작자와 싸우고 기획사를 뛰쳐 나오기도 해봤으니 누가 뭐래도 나는 가수다.

나는 저작권자다. 나름 수십곡의 작품이 등록돼 있는 저작권 협회에서 얼마 안 되는 돈이지만 매달 저작권료가 나오니 누가 뭐래도 나는 저작권자다.

동시에 나는 비즈니스맨이다. 스스로 가수로 밥벌이는 시원찮다는 판단 하에 뮤직비즈니스를 공부하고 음반회사에서, 이동통신사에서 음악서비스를 말아먹기도, 성공하기도 한 나는 회사원이다.

이런 복잡한, 그러나 일관된 커리어를 쌓아오다 보니 때로 생각하고 싶지 않은 문제를 생각하게 되고, 이해하고 싶지 않은 관계를 걱정하게 된다.

얼마 전 “쓰레기도 종량제다. 음악 무제한 정액제 반대”라는 구호로 관심을 끌며 개정에 나섰고, 최근 새 대통령 취임 이후 청와대의 주도로 개정이 진행되고 있는 ‘저작권 징수 규정’도 그중 하나이다.

조건도 다양하고 복잡한 안건이다 보니 그 규정을 여기서 논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관심있는 독자들은 각종 포털을 검색해보면 자세히 설명해 놓은 수많은 기사들을 찾아 볼 수 있을 테니 그걸 참조하면 될 터. 다만 많은 기사를 살펴본다 한들 누구도 쉽게 이해하거나 논의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하다 보니 많은 인기가수, 저작권자들이 일인시위를 할지언정 정작 소비자들의 관심을 이끌어내는 데는 늘 실패하고 만다는 점이 문제다.

사실 저작권자들이 만들어 낸 저작물에 대해서 어떤 일방이, 그것도 ‘저작권자 보호’라는 미명 하에 그러나 완전한 제3자인 정부 산하기관이 획일적인 잣대와 기준으로 가격을 결정한다는 것이 과연 합당한 일인지 고민해볼 문제다. 어느 시인의 시집이, 어느 소설가의 소설이, 어느 가수의 공연이 획일화된 가격으로 팔리지 않는데 어찌해서 음원의 가격과 서비스만은 정부의 주도 하에 신탁단체가 규정한 징수규정대로 판매되고 있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세계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획일화된 음악서비스’, 즉 모두 똑같은 음원에 모두 똑같은 상품 구성을 가진 디지털 음악 서비스 시장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세계 어느 나라보다 MP3 플레이어를 먼저 만들어 팔고, 세계 어느 나라보다 초고속 인터넷망이 가장 먼저, 가장 많이 보급돼 있고, 세계 어느 나라보다 유료화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선보였던 우리나라가 정작 오픈된 인터넷 비즈니스와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고전하는 것도 이러한 ‘획일화된’ 사고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 것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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