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업 주역 팬클럽]스타사랑이 문화를 이끈다

입력 2013-04-26 11:30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팬클럽, 상품소비·홍보·기부 등 문화산업 원동력으로… 커진 위상만큼 내실도

#1. 23일 오후 9시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홀. 10년 만에 새로운 앨범(19집) ‘Hello’를 발표하는 조용필이 무대에 등장하자 “조용필!”“오빠~”를 연호하는 40~50대 여성팬들의 모습이 보인다. 위대한 탄생, 미지의 세계 등 조용필 팬클럽 회원들이 신곡을 발표하는 조용필에게 박수를 보내기 위해 단숨에 달려온 것이다. 이들의 이름은 ‘조용필 팬클럽 회원’이다.

#2. 19일 KBS ‘뮤직뱅크’ 방송 녹화장 앞에는 이날 출연하는 인피니트를 응원하기 위해 팬클럽 인스피릿 회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KBS ‘뮤직뱅크’, SBS ‘인기가요’, MBC ‘쇼 음악중심’ 등 방송사 음악 프로그램 녹화장은 가수들의 팬클럽 회원으로 장악된 지 이미 오래다.

#3. 2일 서울 여의도 63시티 MBC 드라마 ‘구가의서’ 제작발표회장. 이승기의 팬클럽 아이렌 회원과 미국, 일본, 싱가포르 등 14개국 팬이 참여해 1만3620개 라면 화환을 기증했다. 불우한 이웃에 기부하기 위해서다. 이뿐만이 아니다. 아이렌 회원들은 이승기와 함께 KBS ‘동행’ 출연자들에게 사랑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10년 만에 새로운 앨범 ‘헬로(Hello)’를 발표한 가수 조용필의 쇼케이스가 23일 오후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홀에서 열렸다. 이날 공연장을 찾은 팬들이 열렬히 환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처럼 연기자, 가수 등 특정 연예인이나 드라마를 비롯한 특정 문화 텍스트를 선택해 열성적 지지를 보내는 사람들의 모임인 팬클럽은 이제 문화산업의 원동력인 동시에 스타의 인기를 좌우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팬클럽은 음반, 영화, 드라마 등 자신들이 좋아하는 연예인의 문화상품을 소비하는 것에서부터 홍보, 이미지 개선, 정보유통, 불합리한 연예인 계약조건 개선, 스타 명성과 인기를 유지 확대시키는 활동에 이르기까지 스타 문화와 문화산업에 있어 가장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팬클럽이 없으면 스타는 존재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조용필은 “40년 넘는 긴 세월 동안 날 지켜준 힘은 팬과 팬클럽이었다. 팬과 팬클럽 회원들의 사랑이 없었다면 지금까지 견딜 수 없었을 것이다”고 말했고, 이승기는 “팬클럽과 팬들 없이는 지금의 제가 있을 수 없을 겁니다. 정말 소중한 분들입니다. 저를 지지해주는 것에서부터 함께 힘든 이웃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미는 것까지 팬클럽 회원들이 하는 일이 너무 많지요”라고 전한다.

한국에서의 팬클럽은 1980년대 후반 조용필의 팬클럽이 효시다. 이때만 해도 영화사나 에이전시가 체계적으로 관리한 미국의 팬클럽과 달리 팬들이 모임을 만들어 스타를 단순히 좋아하고 정보를 교환하는 차원의 단순한 팬클럽이었다.

문화산업이 발전하고 연예기획사가 본격화된 1990년대 중반부터 기획사 차원에서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공식 팬클럽이 활성화됐고 인터넷이 보편화되면서 연예인의 팬클럽은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됐다. 1996년 데뷔한 H.O.T는 공식 팬클럽 회원이 3만명에 달했고 공식, 비공식 팬클럽만 수천개에 이르렀다. 팬클럽은 80만명이라는 회원 수를 자랑하는 동방신기 팬클럽 카시오페아 등 최근 들어 팬클럽 회원 수도 확대일로다.

1990년대 중반 팬클럽이 본격화되던 시기와 최근의 팬클럽 회원 분포도 크게 변모했다. 1990년대 중반 아이돌 팬클럽의 회원 중 95%는 여자 초·중·고생이었지만 최근 팬클럽 회원은 여학생뿐만 아니라 중장년 여성, 삼촌팬으로 대변되는 중년의 남성들도 적지 않다. 아이유 팬클럽 유애나의 회원 중 20~40대 남성들을 쉽게 만날 수 있는 것이 대표적인 경우다.

최근 들어 팬클럽 문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현상은 외국인들의 한국 스타 팬클럽의 급증이다. 한류와 함께 차인표 대만 팬클럽 ‘표동인심(表動仁心)’을 비롯해 2012년 7월 기준 우리 스타 팬클럽은 73개국 843개에 달하며 회원 수는 670만명에 이른다.

팬클럽 회원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의 성장과 활동에 동참하며 보람을 얻을 뿐만 아니라 삶의 활력을 얻는다. 또한 이들은 대중문화와 스타문화 발전의 주역으로서 자부심도 느낀다. 장동건 팬클럽 아도니스 회원인 강민이(여·31)씨는 “제가 좋아하는 장동건씨가 발전하고 대중의 사랑을 받을 때 매우 기쁩니다. 장동건 팬클럽 활동을 하면서 생활의 활력이 생겼지요”라고 말한다.

하지만 문화산업과 스타 문화에 있어 절대적 존재인 팬클럽은 순기능만 하는 것은 아니다. 적지 않은 폐해도 드러내고 있다. 자신들이 좋아하는 스타에 대한 숭배현상이 지나쳐 스타에 대한 건강한 비판을 하는 사람이나 라이벌 구도의 스타에 대해 무차별적이며 반이성적 공격을 가하거나 집단적 물리력을 행사하는 것은 대표적인 사례다. 뿐만 아니라 방송사 등에 무리한 요구를 하거나 스타가 불법이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음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묻지마 옹호를 하는 행태 역시 개선돼야 할 팬클럽 폐해 중 하나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생일 축하해” 루이바오·후이바오의 판생 1년 [해시태그]
  • '풋살'도 '요리'도 재밌다면 일단 도전…Z세대는 '취미 전성시대' [Z탐사대]
  • "포카 사면 화장품 덤으로 준대"…오픈런까지 부르는 '변우석 활용법' [솔드아웃]
  • 단독 삼정KPMG·김앤장, 금융투자협회 책무구조도 표준안 우협 선정
  • 4인 가구 월 가스요금 3770원 오른다…8월부터 적용
  • '연봉 7000만 원' 벌어야 결혼 성공?…실제 근로자 연봉과 비교해보니 [그래픽 스토리]
  • 코스피, 삼성전자 깜짝 실적에 2860선 마감…연중 최고
  • 고꾸라진 비트코인, '공포·탐욕 지수' 1년 6개월만 최저치…겹악재 지속 [Bit코인]
  • 오늘의 상승종목

  • 07.05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80,698,000
    • -3.33%
    • 이더리움
    • 4,244,000
    • -5.67%
    • 비트코인 캐시
    • 464,200
    • -5.46%
    • 리플
    • 607
    • -4.86%
    • 솔라나
    • 191,800
    • +0.31%
    • 에이다
    • 499
    • -7.08%
    • 이오스
    • 685
    • -7.18%
    • 트론
    • 181
    • -1.63%
    • 스텔라루멘
    • 121
    • -5.47%
    • 비트코인에스브이
    • 50,500
    • -7.76%
    • 체인링크
    • 17,570
    • -5.54%
    • 샌드박스
    • 400
    • -3.61%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