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4대 천왕과 정치금융- 김덕헌 금융부장

입력 2013-04-22 11:10 수정 2013-04-22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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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금융지주 회장을 지낸 금융권 인사와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일명 4대 천왕으로 불리는 금융지주 회장들에 대해 퇴진 압박이 거세지고 있는 터라, 그들이 어떻게 처신하는 게 좋을지 물었다.

그는 “알아서 잘 판단하겠지만 빨리 입장을 정리하는 게 좋을 것”이라며 “자신보다 금융당국과 사정기관에 시달리는 직원들 미안해서라도 버티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적 견해라며 건네는 그 다음 말에 더 관심이 갔다.

그는 “국내 은행의 대외 신뢰와 발전을 위해서도 정권 교체때마다 금융지주 CEO를 물갈이하는 구태는 사라져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는 “지주사 회장 시절 자금조달을 위해 해외 IR를 가면 해외 투자자들이 자신의 말을 신뢰하지 않았다” 며 “그들은 당신도 언제 퇴진할지 모르는데, 어떻게 믿을 수 있겠냐는 반응이었다” 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오는 25일 출범 2개월째를 맞는 박근혜 정부가 금융감독 당국 수장 인선을 마무리하고 금융지주와 금융공기업 CEO 교체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직후 ‘뜻을 같이하는 사람과 일을 같이하겠다’ 며 MB정부 인사들에 대해 퇴진 메시지를 보냈다.

금융감독 당국 수장에 오른 신제윤 금융위원장도 퇴진 압박 수위를 높였다.

신 금융위원장은 인사청문회에서 “국정철학에 맞지 않거나 전문성이 부족한 수장은 교체를 건의하겠다” 며 물갈이 인사를 예고했다.

신 위원장은 지난달 22일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금융지주 회장의 제왕적 권력을 제한하도록 지배구조를 개혁하겠다” 며 다시 한번 퇴진 메시지를 보냈다.

MB정부 시절 ‘킹(King)만수’로 불릴 만큼 실세였던 강만수 전 산은지주 회장이 가장 먼저 사퇴를 표명했다.

강 전 회장은 “박근혜 정부 출범과 함께 퇴진 의사를 전달하고 발표 시점만을 기다리고 있었다”며 밀려나는 모습으로 비춰지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내심 11개월 남은 임기를 채우려 했던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도 금융당국의 압박에 지난 14일 결국 백기를 들었다.

신 위원장은 언론을 통해 “(이팔성 회장 퇴진) 알아서 잘 판단하실 것" 이라며 “민영화 의지와 철학을 같이할 수 있는 분이 우리금융을 맡아야 한다"며 노골적으로 이 회장을 압박했다.

임기 3개월여 남은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은 금융당국과 노조의 퇴진 압박에도 느긋한 모습이다.

어 회장은 “KB금융은 민간회사이기 때문에 퇴진 압박은 자신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정부로부터‘연임 포기’ 대신 ‘임기 보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정부는 MB정부 인사 퇴진과 함께 자기 사람을 심고 있다.

산은금융지주 회장에 홍기택 중앙대 교수가 취임한 데 이어 향후 우리금융과 KB금융 회장 인선에도 정부의 뜻이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또 금융공기업 사장도 이미 정부가 밝혔듯이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로 채워질 전망이다.

이처럼 5년마다 반복되고 있는 ‘코드인사’, ‘보은인사’가 언제 사라질지 답답하다.

역대 정권마다 금융 선진화와 금융회사 경쟁력 제고를 외치면서도 정착 새 정부가 출범하면 제 사람 심는 ‘정치금융’이벤트는 반복되고 있다.

5년 전 MB정부의 실세였던 고소영(고려대, 소망교회, 영남 출신) 인사들은 금융권 4대 천왕으로 군림했지만, 지금은 쫓겨나 듯 금융권에서 밀려나고 있다.

이 같은 코드인사가 사라지지 않는다면 5년 뒤 또 다시 ‘朴의 사람들’ 역시 쫓겨나듯 밀려날 것이다.

저금리·저성장에 금융권이 신음하고 있다. 대내외적인 경영 여건이 악화되고 정부의 서민금융 지원 요구에 금융권의 수익이 급감하고 있다. 금융시장 여건 개선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박근혜 정부는 코드 인사로 천왕 시리즈를 이어가기보다 다음 정부에서도 금융권 CEO 임기를 보장할 수 있는 인사시스템을 먼저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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