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경제민주화, 급발진과 급제동 - 유충현 정치경제부 기자

입력 2013-04-17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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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 초반 대통령의 입은 강력하다. 박근혜 대통령의 입도 지금이 가장 세다. 관료·기업·국민, 심지어 야당도 대통령의 입만 바라보고 있다. 대통령이 “서민물가가 걱정”이라고 운을 떼자 정부가 비상관리 체제에 들어갔고, 기업들이 가격인상 계획을 일제히 철회했다. 대형마트 3사는 갑자기 반값 할인행사를 벌였다.

이렇게 강력한 입에서 이번엔 ‘경제민주화 논의가 무리하다’는 취지의 발언이 나왔다. 15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다. 흔히 국정운영을 운전에 빗대 ‘국정 드라이브’라는 표현을 사용하는데, 이 경우에는 브레이크를 밟은 셈이다. 제동력이 좋은 브레이크는 조금만 밟아도 급제동이 된다. 박 대통령의 발언 직후 기다렸다는 듯이 곳곳에서 경제민주화에 대한 참았던 불만들이 터져나왔다.

박 대통령의 발언은 적잖은 당혹감을 준다. 경제민주화를 ‘급출발’시킨 것이 박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대선후보 수락 연설에서는 경제민주화를 “국민행복의 길을 열어갈 첫 번째 과제”로 꼽기도 했다. 시장의 준비가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박 대통령은 과감히 '액셀(가속페달)'을 밟았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발언이 경제민주화 자체에 대한 회의적 시각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치의 언어는 단순한 메시지만 전달된다. 이날 박 대통령의 발언은 ‘제동’ 신호가 강했다. 오죽하면 여당인 새누리당에서조차 “경제민주화를 부인하는 모양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비판이 나왔다.

급출발과 급제동을 오가는 운전습관은 연비를 크게 낮춘다. 대통령의 국정 추진력을 연료로 사용하는 ‘국정 드라이브’도 별반 다르지 않다. 당장 ‘당분간 버티기’에서 ‘마음의 준비’ 쪽으로 방향을 전환하던 기업들이 입장 정리에 혼란을 느끼는 모습이다. 대통령의 발언 이후 경제민주화 추진 과정이 전보다 더 많은 국정 추진력을 필요로 하게 된 것이다. 경제민주화의 연비가 떨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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