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화학사들이 최근의 대북 긴장사태에도 한국으로 속속 집결하고 있다. 한국이 세계 최고의 ‘전자강국’으로 부상함에 따라 주요 고객이 모여있는 국내 시장으로 무대를 옮기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다우케미칼, 바스프 등 글로벌 톱 화학사들은 주 고객인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본거지인 한국에 전자재료 사업부를 이전하거나 공장 증설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는 화학업계 불황으로 주요 화학기업들이 공장 폐쇄까지 결정하고 있는 전 세계적인 상황과는 정 반대 현상이다. 또 대북 리스크에 국내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에서 3조원 넘는 자금을 회수하는 등‘셀코리아’ 현상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과도 대조된다.
미국 최대 화학사인 다우케미칼은 충남 천안에 위치한 전자재료 3공장을 올 상반기 중 본격 가동할 예정이다. 지난 2011년 착공에 들어간 이 공장은 LED(발광다이오드)와 디스플레이의 핵심 소재인 삼중메틸갈륨(TMG)을 생산할 예정이며 최근 시운전에 돌입했다.
특히 다우케미칼은 ‘전자재료 그룹의 본사는 한국’이라고 여기고 있을 정도로 한국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미 양창원 한국다우케미칼 대표가 다우케미칼의 전 세계 전자재료그룹을 총괄하며 진두지휘할 정도다.
독일 최대 화학사인 바스프는 전자재료 사업의 아시아태평양지역 총괄 본부를 홍콩에서 한국으로 이전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이전은 이달 중 마무리된다. 바스프 전자재료사업부는 반도체·디스플레이·조명 등에 쓰거나 공정에 필요한 소재를 생산하는 곳이다.
이처럼 글로벌 화학사들이 한국행을 결정한 것은 한국이 전 세계 전자산업에서 확고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로타 라우피클러 바스프 그룹 전자소재 사업부문 부사장은 “한국에 지역본부를 설치하면 시장의 흐름과 소비자의 필요를 보다 빠르게 파악하는 등 시장 접근성이 높아진다”며 “결과적으로 시장 경쟁력과 혁신 원동력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정부도 외국인 투자자들의 불안감 해소를 위해 발 빠르게 나선 점도 외국계 회사들의 투자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1일 주한상공회의소 및 외국인투자기업 관계자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앞으로도 안심하고 투자하고, 또 기업활동을 할 수 있는 안정적인 환경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관련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들은 북한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겠지만 한국에서 사업과 투자를 유지한다는 기조는 변함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