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특히 ‘야왕’ 촬영 중 연기자로서 갖게 된 고민에 대해 토로했다. 그도 그럴 것이 드라마 방영 중 권상우가 팬카페에 올렸던 하소연이 논란으로 확산된 바 있어 말 한 마디가 더 조심스러웠을 텐데도 “그저 하소연이었다. 그 정도 답답함은 토로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며 솔직한 입장을 밝혔다.
‘야왕’은 종영 당일 밤 9시 30분에 촬영이 종료된 작품. 그야 말로 생방드라마로 곤혹을 톡톡히 치룬 가운데 주인공 권상우의 심경은 오죽했을까. 그러나 그는 “오히려 쪽대본 환경은 연기자에게 긴장감을 주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어서 나쁘지 않다”면서 “그보다 조금 더 풀어 놓을 수 있는 이야기 요소가 많았는데 다 보여주지 못한 아쉬움이 더 크다”고 토로했다.
캐릭터에 대한 아쉬움, 드라마 전체에 대한 욕심이 연기자 권상우를 들썩이게 할 만큼 이 작품은 의미가 있다. 권상우 스스로도 “사실 행복한 투정”이라고 실토할 정도로 ‘야왕’은 방영 내내 시청자의 사랑을 받은 드라마다. 뿐만 아니라 권상우에게는 연기적인 호평을 끌어 내준 작품이기도 하다.
“나는 똑같은 감성을 갖고 연기하는데 뭐가 잘 한 연기고, 잘못한 연기인지 모르겠다. 그보다 내가 지금 어디까지 와 있는 배우인지를 모르겠어서 고민중이다. 몇 년 째 이 고민을 하고 있는데 답이 없다. 예전에 ‘천국의 계단’ 때처럼 정신없이 인기를 얻는 연기자도 아니고, 그렇다고 한물 간 것 같지도 않다. 황정민 최민식처럼 연기파 배우도 아니고 조인성 강동원처럼 비주얼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영화만 하는 연기자도 아니고…정체성 고민에 빠졌다. 그래서 빨리 좋은 작품을 하고 싶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권상우가 이 같은 고민을 시작한 것은 두 편의 영화와 두 편의 드라마로 실패를 경험한 이후부터다. 당시를 권상우는 “다시는 오지 않을 실패의 순간”이라고 표현할 만큼 출연작마다 실패를 거듭하고 있을 때였다. 당시만 해도 크게 와 닿지 않았던 위기감이 정작 다시 상승 곡선을 그리기 시작하자 찾아온 것이다.
“좀 더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면 고민 49, 위기감 51이다. 알 수 없는 위기감 같은 게 있다. 배우로서 무엇을 더 보여줄 수 있을지, 언제까지 연기를 할 수 있을 지에 대한 고민이 끊임없이 든다.”
“루머 때문에도 그렇고, 결혼 후에는 사실상 광고가 많이 없어졌었는데 요즘 들어 다시 러브콜이 오기 시작했다. 분위기는 좋아지고 있어서 긍정적이긴 하지만 예전과 다르게 일을 할 때 하나하나 심사숙고 하게 된다. 무조건 들뜨지만은 않는 다는 의미다.”
인터뷰를 이어가다보니 권상우의 고민은 연기에 대한 갈증에 지나지 않은 듯 보였다. 실제 그는 인터뷰 동안 무려 다섯 번이나 “빨리 다른 작품 하고 싶다”며 조바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처방전은 연기다.
“영화가 됐든 드라마가 됐든, 원톱이든 떼거리 주연이든 캐릭터가 좋으면 할 수 있을 것 같다. 에너지가 남았다. 연기를 하고 나면 녹초가 될 만큼 에너지를 다 소모하는 연기를 하고 싶다. 시간이 정말 빨리 갔다. 데뷔 할 때는 10년 만 일하고 그만 둘 거라고 말하고 다녔었다. 참 건방진 멘트였던 것 같다. 그런 마음이었는데 나는 상복이 없었다. 활발하게 활동할 때는 사실 좋은 상도 받아보고 싶은 욕심이 있다. 또 오랫동안 주인공으로서 팬들에게 사랑 받고 싶다. 누군가는 스타가, 주연이 중요하냐고 물을지 몰라도 사실 나는 스타 배우로 오래 가고 싶다. 그게 나의 솔직한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