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부자들이 영국령 버진아일랜드(BVI)와 남태평양의 쿡제도 등 조세피난처에 재산을 은닉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업체 수십 곳이 은밀히 성업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는 7일(현지시간) BVI의 내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대표적인 곳이 아시아에서 업계 최대 규모를 앞세우는 ‘포트컬리스 트러스트넷’(트러스트넷)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는 싱가포르에 본사를, 세계 16개 지역에 지사를 두고 있다. 소속 변호사와 회계사들이 전세계 140개국의 부자 고객을 상대한다.
이들 회사가 상대하는 고객 약 7만7000명 가운데 4만5000명 가량이 중국, 대만, 싱가포르, 동아시아, 동남아시아 출신이다.
트러스트넷은 서류상 업체와 신탁회사를 거미줄처럼 얽어 실소유주를 감추고 차명으로 국외계좌를 개설하게 해 주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비밀을 유지해주고 있다고 ICIJ는 전했다.
또 ICIJ 자료에 따르면 2003∼2010년 쿡제도 금융감독위원회(FSC) 위원장으로 재직한 트레버 클라크도 사모아와 BVI에 트러스트넷의 중개로 개인 역외기업과 신탁회사를 설립했다. 이들 업체는 수백만 달러에 이르는 자산의 보관처였다.
스위스의 UBS와 크레디트스위스 자회사 클라리덴, 독일의 도이체방크 등 세계 유수 은행들이 BVI를 통해 서류상 기업을 만드는 과정을 도왔다는 사실도 자료를 통해 밝혀졌다. 딜로이트·KPMG·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등 회계법인들의 이름도 거론됐다.
ICIJ는 또 별도의 기사에서 BNP파리바와 크레디아그리콜 등 프랑스 대형 은행 두 곳도 탈세 지원에 가담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