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석의 야단법석]용산개발사업, 마천루의 저주

입력 2013-04-01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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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천루의 저주’가 회자된다.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진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을 두고 하는 말이다. 마천루(摩天樓)는 하늘에 닿을 만큼 드높은 건축물을 말한다. 즉 초고층 건물을 짓는 국가가 이후 최악의 경기불황을 맞는다는 내용의 가설이다.

예컨대 1930년과 1931년 미국 뉴욕에 크라이슬러 빌딩과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이 세워질 무렵인 세계 대공황 이후 2010년 아랍에미리트의 버즈 칼리파(828m)까지 무려 80년 동안 세계 곳곳에서 마천루의 저주를 피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마천루의 저주대로라면, 세계 각국이 1~2개의 마천루를 건설하면서 뼈저린 대가를 경험한 셈이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2000년대 이후 100층 이상 마천루를 동시에 11개나 짓겠다고 요란을 떨었다.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곳은 롯데월드타워를 제외하곤 모두 사업이 보류 또는 중단됐다.

그 가운데 하나가 용산개발사업이다. 당초 111층에서 80층 규모로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바로 공실률 우려다. 용산개발 사업이 계획된 2006년과 사업자가 선정된 2007년은 수도권 부동산 경기가 절정에 이른 때였다. 공실률도 1% 미만이었다. 지금 용산과 인접한 여의도권의 공실률이 10%대를 넘겼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로 서울지역 오피스 시장은 이미 심각한 공급과잉 상태다.

용산개발 사업의 부담은 또 있다. 100만㎡에 달하는 대규모 상업시설을 4년 안에 모두 분양해야 한다는 점이다. 전국에 있는 롯데백화점의 모든 매장을 합친 면적이 130만㎡임을 고려할 때 용산이라는 한 곳에 너무 많은 양이 공급된다는 것이다. 용산개발 사업이 사실상 무산된 근본 이유다.

이 모두는 마천루의 저주가 아닌 ‘평균으로의 회귀’로 설명할 수 있다. 마천루 건설에 빗대자면, 보통 초고층 빌딩을 짓게 되는 시기는 그 사회의 경제가 가장 호황기를 누릴 때인데 초고층 빌딩은 보통 완공하는 데 최소 몇 년 이상 걸리기 마련이다. 따라서 건물이 완공될 시점에는 해당 지역 경제는 호황기가 끝나고 침체기 내지는 불황기에 접어드는 시점과 비슷해지는 것이다.

꼭 100년 전. 1913년 완공된 미국 뉴욕의 울워스 빌딩은 당시 57층으로 가장 높았다. 빌딩 로비에는 잔돈을 세는 울워스 동상이 있는데, 울워스는 건설비용 1350만달러 전액을 현금으로 지불했다.

또 세계 대공황 당시에 세워진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은 기록적인 건축 속도를 보였다. 102층, 381m 높이에 이르는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이 건설되는 데 걸린 기간은 단 410일에 불과했다.

모두 사업 실패가 불러올 재앙을 우려한 조치다. 자산관리회사(AMC)인 용산역세권개발㈜이 1일 서울시에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구역에 대한 실시계획인가 신청을 내기로 했다. 용산개발사업과 같은 주먹구구식 계획이 100년 후에는 사라질지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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