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에 이어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도 계열사의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재계에서는 박근혜 정부의 경제민주화 정책으로 대기업에 대한 압박강도가 높아지자 대기업 오너들이 형법상 책임을 져야 하는 기존 경영방식에서 벗어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하고 있다.
롯데쇼핑은 지난 22일 정기주주총회 직후 이사회를 열어 신 회장의 대표이사 사임 안건을 의결했다. 2006년 3월 대표이사직을 시작한지 7년만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지만 등기임원 역할은 계속한다”며 “계열사별 전문경영인 체제를 강화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말했다.
신 회장이 대표이사직을 사임함에 따라 롯데쇼핑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이인원 그룹 정책본부장, 신헌 롯데백화점 사장 등 3인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된다.
하지만 신회장은 롯데케미칼과 롯데제과 대표이사는 그대로 유지한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지난 15일 신세계와 이마트 등기이사직을 사임한데 이어 신 회장이 롯데쇼핑 대표이사에서 물러나자 재계는 재벌에 대한 사회여론과 법적 책임을 회피하려는 움직으로 파악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경제민주화 정책이 일부 유통재벌 등에 촛점이 맞춰진 상태에서 법적 부담을 질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새 정부 경제민주화 정책의 타깃이 유통 재벌 오너들로 맞춰진 상황에서 이에 대한 모든 책임을 그룹 오너가 지는 것에 대한 압박이 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상법상 등기이사직과 대표이사직은 경영권에 있어 별반 차이가 없기 때문에 등기이사를 유지하고 있는 신 회장의 경우 그룹 주력 계열사에 대한 경영 행보에는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