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보고서 파문… 어윤대 회장, 사외이사 갈등 봉합될까

입력 2013-03-19 13:09 수정 2013-03-19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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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2일 주주총회를 앞둔 KB금융에 짙은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경영진과 이를 견제할 사외이사 사이의 갈등이 점입가경 양상으로 치닫는 사이 KB금융의 대외 신인도는 추락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KB금융 내홍의 발단으로 지난해 말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 실패를 꼽는다. ING생명 인수 포기 저주라는 말이 나도는 이유다.

어윤대 회장의 KB금융 경영진은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에 사력을 다했지만 사외이사진의 강한 반대로 물거품이 됐다. 이날 충격은 경영진에게는 깊은 상흔을, 이사진에게는 영광을 남겼다.

KB금융 사외이사들의 ‘반기’는 지난 3년간 금융권 사외이사들이 처리한 400여건의 안건 가운데 나온 유일한 ‘반대’라는 점에서 좋은 선례를 남겼지만 후폭풍 때문에 그 의미는 빛이 바랬다.

◇경영진, ISS 보고서로 흔들기 시도(?) =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 좌절후 KB금융 경영진은 심각한 공황상태에 빠졌다. 특히 인수를 주도했던 박동창 전략담당 부사장의 사외이사진에 대한 반감이 극에 달했다는 후문이다. 사외이사들이 주주들의 권리를 침해했다고 본 박 부사장은 미국의 주주총회 안건 분석 기관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를 이용하게 된다.

금융감독당국에 따르면 박 부사장은 2월과 3월 ISS싱가포르 법인과 접촉, KB금융 내부정보를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사외이사 선임에 반대하는 입장이 ISS보고서에 담겨 국민연금과 외국인투자자 등 주요 주주들에게 전달됐다.

KB금융 이사회와 경영진은 경악했다. KB금융의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 무산이 사외이사들의 반대 때문이라는 것도 그렇지만 정부기관 출신인 이경재 배재욱 김영과 등 3인의 사외이사 후보 선임을 반대해야 한다고 적시했기 때문이다.

KB금융 이사회는 지난 14일 ISS 보고서 내용이 왜곡되고 과장돼 주주 권리를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며 보고서를 바로잡기 위해 법적 소송을 포함한 일체의 조치를 취하기로 결의했다.

KB금융 경영진도 당혹스러웠다. 박 부사장이 어 회장의 측근이고 ING생명 인수를 강하게 추진했다는 점에서 어 회장에게까지 불똥이 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KB금융 경영진은 이사회와 함께 움직이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사태진화에 나섰고, 18일 열린 임시 이사회에 박 부사장의 보직 해임을 보고하기에 이르렀다. 박 부사장은 ISS측에 왜곡된 개인 의사를 전달해 주주들의 혼란과 주주총회 진행에 차질을 야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에 대한 징계 여부와 수위는 KB금융의 조사 결과에 따라 결정키로 했다.

◇어 회장 정말 몰랐나(?) 논란 = 어 회장이 수족을 쳐내는 아픔을 감수하면서까지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그의 배후개입 논란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경기고 7년 선후배 사이인 두 사람의 관계를 떠나 적어도 ING생명 인수에 강한 의지를 보여왔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를 의식한 듯 어 회장이 직접 박 부사장의 보직 해임을 이사회에 보고하는 강수를 뒀지만 그가 의혹을 벗었다고 보는 이는 많지 않다.

금융감독당국이 진상조사에 나선 점도 부담이다. 경영진의 전횡을 감시할 사외이사 선임에 영향력을 미치려 했다는 점에서 KB금융의 도덕성과 경영 투명성을 훼손할 수 있는 위중한 사안으로 보고 현재 진행중인 종합검사에서 이를 규명하겠다는 방침이다.

박 부사장 경질로 갈등이 봉합 수순을 밟는 모양새이지만 아직 갈길은 멀어 보인다. 양측은 ISS 왜곡 보고서에 대한 신속하고 공정한 진상조사와 관련자 징계, ISS에 대한 법적 절차 검토 등을 통해 재발을 막는 한편, 주주와 고객, 시장 등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강구해 나가기로 했다.

하지만 주주총회가 3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아직 ISS가 보고서를 정정했다는 소식은 없다. 적어도 주주들에게 전달된 왜곡된 보고서가 유효하다는 말이다.

레임덕에 빠진 어 회장이 자리보전을 하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이번 파문이 파워게임 혹은 측근의 과잉충성에서 비롯됐든 어 회장의 리더십은 회복할 수 없는 결정타를 맞았다. 이는 금융기관장 교체 분위기와 맞물려 그의 용퇴를 압박하는 동인이 될 전망이고 그 분수령은 주총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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