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수능이 240일도 안 남은 고3 여학생들에게 이런 말들은 사치로 느껴질지 모르겠다. 내가 뭘 잘하는지 생각해내는 것도 버거운 아이들에게 자신의 꿈에 대해 생각해보고, 경험해보라고 말한다는 게 너무 이상적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면서도 국영수 기본은 다져놓으라고 말하는 걸 보니 나도 뻔한 어른이 되어 가고 있나 보다. 하지만 선생님이라는 호칭보다 동네 언니가 더 어울릴지도 모르는 병아리 교사에게 이런 현실은 여전히 어렵고 많은 생각과 선배 선생님들의 가르침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고민거리로 다가온다. 심지어 나도 교사로 일하는 중에도 교사 말고 더 잘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고민하고 나 자신에게 질문을 던졌다.
사실 내가 중·고등학교 때, 그리고 본격적으로 임용고시를 준비하기 전에 해야 했던 질문이다. 비슷한 교육환경에서 공부하고 어른이 된 내 또래들은 여러 가지 고민과 자기 성찰의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고,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인이 된 후에도 끊임없이 비슷한 질문을 가슴 한편에 묻어둔 채 현실을 살아간다.
내 학창시절에서 10년이 지난 지금도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우리 아이들이 학교에 나가지 않는 주말에는 스펙을 쌓느라 평일보다 더 분주히 움직인다. 방황의 시간을 보내 본 적이 있는 언니의 입장에서, 대학 입학을 위해 쌓는 무미건조한 스펙보다는 학교 밖으로 나가 다양한 체험을 해보고, 선배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고, 책을 읽고, 여행을 다니면서 견문을 넓히고, 그야말로 ‘네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뭔지’ 찾아보고 생각해보라는 이야기를 항상 해주고 싶은 마음이다.
하지만 여전히 나는 아이들에게 영어 단어를 꼭 외워야 한다고, 이 한 문제 때문에 등급이 떨어져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그저 그런 어른으로 살아가고 있지는 않는지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지금도 우리 아이들은 학교에 남아 저녁 급식을 먹고 밤 10시까지 자습을 하고 있다.
이 아이들이 진정으로 자기 자신에 대해 고민하고, 그 이후에 스스로에게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진짜 어른, 참교사가 되는 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