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김지운 감독님, 할리우드 어떠셨습니까?

입력 2013-02-22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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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ㆍ실적 위주, 적자생존의 정글… 한국과 다른 시스템에 적응 어려워

▲‘스토커’의 박찬욱(왼쪽) 감독과 니콜 키드먼.

“감독이 되기 전에 변호사가 되어야 한다.”

고(故) 신상옥 감독이 미국 할리우드의 영화제작 시스템에 대해 한 이야기는 감독들의 할리우드 진출 러시를 이루고 있는 요즘 시사하는 바가 크다. 1992년부터 1995년까지 할리우드에서 ‘쓰리 닌자(닌자 키드1, 2, 3)’를 연출한 신 감독은 “할리우드는 참으로 비정하고 무서운 곳이다. 철저하게 능력 위주, 실적 위주로 움직이는 적자생존의 정글”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할리우드에서 일하려면 모든 면에서 시시콜콜 자질구레한 것까지도 자세하게 계약서에 명기하는 것이 안전하다. 대충했다가는 나중에 낭패 보기 쉽다”고 조언했다. 물론 7년 전 발간된 그의 회고록 ‘난 영화였다’에서다. 김지운·박찬욱·봉준호 감독은 앞서 할리우드를 경험한 선배 신 감독의 조언을 가슴 깊이 새기고 미국 행 비행기를 탔을까?

“이런 수모를 당하면서 영화를 찍어야 하나?” 영화 ‘라스트 스탠드’로 미국 할리우드에 진출한 김지운 감독의 첫 마디였다. 김 감독의 말에서 서러움과 설렘이 동시에 묻어났다. 서러움은 낯선 땅, 낯선 시스템에서 마음대로 촬영 현장을 장악할 수 없었던 감독으로서의 자괴감이었을 것이고, 설렘은 산고 끝에 세상에 내놓은 작품에 대한 그것이 명확했다. 촬영을 모두 마치고 한국에 돌아 온 김 감독은 감독의 느낌대로 촬영 현장을 장악할 수 없었던 할리우드 시스템의 깐깐함을 토로했다. 조연출은 정해진 시간과 비용이 정해진 대로 사용되는지 체크하는 역할이며, 조명과 촬영팀 모두 정해진 시간만 일하는 것에 대한 창작자로서의 어려움을 이야기했다. 한국과는 전혀 다른 시스템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스튜디오와 제작자의 노트대로 복잡하고 지난한 과정 속에서 촬영하면서 이내 안정과 여유를 찾았다. 감독으로서 최대한의 역량을 발휘하지는 못했지만 할리우드의 온전한 시스템 속에서 영화 한 편을 완성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절반의 만족감을 드러냈다. 김 감독이 할리우드에 적응하는 방법은 간단했다. 참아내고, 버텨내는 것.

▲‘라스트 스탠드’의 김지운(왼쪽) 감독과 아놀드 슈왈제네거(왼쪽 두번째) 외 출연 배우들.
김지운 감독에 이어 ‘스토커’를 국내 관객에게 선보일 채비를 마친 박찬욱 감독도 할리우드 시스템이 어렵기는 마찬가지였다. 김 감독에 비해 시시콜콜한 어려움을 토로하지는 않았지만 “낯선 시스템과 낯선 인종 사이에서 일하려니 어려운 점이 많았다”면서 “감독의 의견이 한국보다는 논리적이고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전달되어야 하는 곳이 할리우드였다”는 소리를 하면서도 “아쉬운 가운데 촬영을 마쳤지만 결과가 좋기 때문에 만족스럽다”며 첫 할리우드 경험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할리우드 시스템에 대한 어려움을 느끼는 것은 감독뿐이 아니다. ‘지 아이 조’ 시리즈에 출연한 이병헌은 “배우나 스태프들에게 합리적일 수 있지만 무서운 느낌이 드는 것도 어쩔 수 없다. 하루하루 긴장된 생활이었다”고 미국에서의 영화 촬영 소감을 밝힌 바 있다.

한국에서와 달리 각 분야에서 약속된 시간과 비용을 맞추기 위해 톱니바퀴처럼 꽉 짜인 스케줄과 계획표가 감독의 느낌을 우선한다. 그처럼 냉정한 할리우드 시스템을 맛본 국내 스타 감독들. 그들이 맛보고 온 할리우드 시스템이 한국식 영화제작 시스템과 접목돼 한층 창의적고 효율적인 영화제작 시스템을 한국에서 만들어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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