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숙기의 성공리더십]Good speaker 가 Good communicator 는 아니다

입력 2013-02-21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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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숙기 한스코칭 대표
내가 아는 한 지인은 조리있는 말솜씨와 풍부한 표현력으로 많은 이의 부러움을 산다. 대학시절 방송반 출신답게 또랑또랑한 톤은 듣는 이의 기분을 상큼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와 얘기를 하고 나면 영 기분이 좋지 않았다. 한참이 지나서야 이유를 알았다. 내 이야기 도중 그는 "난 이런 일도 있었다" "우리 회사도 이번에 …." "그건 아무 것도 아니야. 나의 경우… " 하며 기회만 생기만 자기 얘기로 치고 들어온다. 그리고는 자기 과시가 곁들인 자신의 경험담이 질펀하게 전개된다. 이야기는 내가 먼저 꺼냈는데 끝에 가서는 agenda를 빼앗긴 채 나는 피동적 대화자가 되어있기 일쑤이다. 그는 자기 현시욕이 너무 커서 대화의 중심에서 밀려나 있는 상대방을 볼 겨를이 없다. 그가 보여주는 Me-centered 관점은 알고 보면 그리 이기적이지도, 매정하지도 않은 그의 인격을 의심케 만든다. Good speaker가 항상 good communicator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좋은 대화 (good communication)란 무엇일까? 여러 정의가 있겠지만, 두 사람을 모두 살리는 대화라 할 수 있다. 자신의 니즈와 상대방의 니즈를 동등하게 존중하면서 양쪽이 다 만족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는 대화이다. 대화를 통해 진솔한 표현이 이루어지고 이해의 영역이 넓어지고, 관계가 회복되도록 하는 것이다. 내 니즈가 존중되었는가는 내 의견이 채택되느냐 보다 더 근본적 문제다.

한 남편이 하기 휴가가 되어 계속 집에 머물자 아내가 무식에서 삼식이 된 남편 식사 시중에 짜증을 낸다. 그걸 본 남편은 화가 나고 괘씸하여 "이 여편네가? 남편을 뭘로 보고 ?" 하는 소리가 목까지 올라온다. "당신이 집에서 하는 일이 뭐야? 남편이 열심히 밖에서 일하고 집에 와서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하나? " 소리를 지른다. 내 권위가 이 정도밖에 안 되었나 하는 느낌에 분노가 올라온다. 아내도 지지 않는다 "집에 있는 사람은 놀고 먹는줄 알아요? 밖에서 일하는 사람만 일하는 거예요?" 나도 가족을 위해 희생하며 뼈빠지게 일하고 있는데 언제 따뜻한 말 한번 했어요? 집에 오면 윽박지르기만 하지.. " 참았던 말들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온다. 두 사람의 대화는 인플레이션의 급행선을 탄다.

이번에는 다른 선택을 해보자. "갑자기 세 끼를 차리자니 많이 번거럽고 부담스럽지? 혼자 먹을 땐 대충 먹어도 되었는데… 수고하는거 고마워. 그런데 그런 짜증을 들으니 나는 좀 섭섭하네. 오랜만에 집에 있는 것인데 이런 대접을 받는 존재가 되었나 서운하고 가장 가까운 가족끼리 서로 따스히 대해주고 챙겨주었으면 하는 바램이 들어." 하고 상대의 감정도 공감해주며 내가 하고 싶은 말도 빠트리지 않는, 승승의 대화가 가능할 것이다. 상대의 공감과 내 주장이 공존하는, 너와 내가 다 있는 대화, 낯설지만 그리 멀리 있지 않다. 실내등과 실외등을 다 켜는 순간, 관계의 입체적 조망이 가능해진다.

※ 필자 소개= 한숙기 한스코칭 대표는 서울대학교 및 동대학원 불어교육학과 졸업하고 헬싱키 경제경영대학 (HSE) MBA를 취득했다. 한국일보, Korea Times에서 기자 생활을 했으며 국제코치연맹 (ICF) 인증 코치로서 대기업, 다국적 기업 경영자 및 임원 전문 코치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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