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하락 둔화 가능성…'아베노믹스' 실효 의문

입력 2013-02-14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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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하반기부터 급격하게 진행된 엔화가치 하락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불과 1년여만에 엔화가 실질실효환율 기준으로 이미 20% 가깝게 절하됐을 뿐만 아니라 경기부양을 기대하며 현재 속도로 엔저가 지속될 만큼 '아베노믹스'의 실효성이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엔ㆍ달러 환율 하락세가 둔화하고 낙폭도 제한되면서 국내 수출기업의 피해도 더는 확산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글로벌 경기회복이 워낙 미약한 탓에 국내 수출기업들에는 엔화약세가 더 심각했던 지난 2007년보다 지금이 더 어려운 상황이라는 진단이다.

◇"엔화, 떨어질 만큼 떨어졌다"

14일 증시 전문가들은 엔화약세가 현재 속도로 진행하기는 어렵다고 전망한다.

일단, 최근 엔저 속도가 너무 빨랐다는 분석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JP모건 실질실효환율(73.6) 기준으로 엔화는 2008년 9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진 상태다. 2011년 10월과 비교할 때 약 17% 절하된 수준이다.

실질실효환율은 명목환율과 달리 물가와 교역비중을 고려해 실질구매력을 반영한 환율 개념이다. JP모건은 2000년을 지수 100으로 놓고 그보다 작으면 해당국의 통화가 저평가, 크면 고평가된 것으로 본다.

KDB대우증권 허재환 연구원은 "실질실효환율 기준으로 현재 엔화는 절하될 만큼 절하됐고, 유럽을 포함한 일부 국가들이 불편해 할만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그러면서 "엔화 약세가 이미 상당히 진전된 만큼 약세가 점차 진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엔ㆍ달러 환율 상승폭도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다.

비록 지난 12일 미국 라엘 브레이너드 재무부 차관이 공개적으로 일본의 양적완화 정책을 지지하는 발언을 하며 '아베노믹스'에 힘을 실어줬지만 엔ㆍ달러 환율은 90엔대에서 머물 것으로 보인다.

하이투자증권 투자전략팀 박상현 상무는 "미국이 아베노믹스에 동의했더라도 엔ㆍ달러 환율이 세자리수가 되면 미 자동차 산업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면서 "약세흐름이 90엔대에서 지속할 것"으로 예상했다.

무엇보다 엔화약세가 지금의 속도로 지속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은 아베노믹스에 대한 회의감에 기인한다.

일본의 양적완화 정책이 엔저와 주가 상승 등 금융시장에 큰 변화를 불러왔지만 이런 긍정적 효과가 실물경제에서도 나타날지는 의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제금융센터의 이정훈 연구원 "일본 정부의 목표인 고용증대, 2% 인플레이션 달성 목표를 달성하기 쉽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에너지와 식료품 등의 물가상승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판단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송경희 선임연구원도 "지속적 양적완화의 영향으로 물가의 상승세 전환은 가능하겠지만 2%의 인플레이션 목표치 달성은 어렵고 상대적으로 낮은 물가 상승세는 엔화하락을 제한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그러면서 "일본 경제가 안정적 경제 성장세를 유지하려면 기업투자와 민간수요 확대를 유도할만한 근본적 경제개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엔저ㆍ불황 겹친 韓수출…"엔저 완화하며 피해 줄 것"

현재 수준의 엔저 현상이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지난 2007년 엔화는 지금보다 더 약세였다.

지난달 73.6을 나타낸 JP모건 실질실효환율은 2006년 12월∼2008년 1월 사이에는 줄곧 60대 중후반을 지속했다.

2007년 당시 엔저의 주원인은 엔 캐리였다.

당시 일본경기가 활황을 띠자 이른바 '와타나베 부인'으로 불리는 일본인 투자자들이 엔화를 빌려 다른 국가의 고금리 통화나 자산에 투자하는 엔 캐리가 활발해졌고, 그 결과 대규모의 엔화가 일본 밖으로 빠져나갔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엔저 수준은 2007년이 더 심각했음에도 수출환경은 지금이 더 나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2007년 당시에도 엔저 탓에 한국 수출상품의 가격경쟁력이 약화했지만 중국, 브릭스(BRICS:브라질ㆍ러시아ㆍ인도ㆍ중국ㆍ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세계 경기가 좋았던 덕분에 한국의 꾸준한 수출 성장이 가능했다.

박 상무는 "2006년 부동산 시장도 호황을 띠면서 수출뿐 아니라 내수도 좋아 한국 기업들이 엔저를 버틸 수 있었지만 지금은 세계 경기회복도 미약하고 내수도 부진해 옴짝달싹 못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최근 가파르던 엔화약세 속도가 한계에 닿았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국내 수출기업들의 피해도 더는 커지지 않을 전망이다.

또 이 연구원은 "한국 제조업의 우수한 경쟁력과 해외생산 비중 확대 등을 감안할 때 원화강세ㆍ엔화약세로 대일(對日) 경쟁력이 크게 약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송 선임연구원은 엔저에 따른 자본유출입 변동성 확대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면서 "환율에 민감한 업종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금융기관과 기업이 협력해 환리스크 관리 방안을 모색할 것"을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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