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가 고민에 빠졌다. 소형 전지 사업은 잘 나가는데 중대형은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SDI는 지난해 4분기에 매출 1조4142억원, 영업이익 7억원을 올렸다고 29일 발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6%, 영업이익은 96%나 급감한 것이다.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매출 3조원을 돌파한 소형전지 사업은 4분기에만 8290억원의 매출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20% 성장했다. 이런 가운데 어닝쇼크에 빠진 것은 중대형 전지사업에서 수백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삼성SDI는 지난해 9월 독일 보쉬와 각각 50%씩 투자해 설립한 SB리모티브의 지분을 전량 인수했다. 이로써 중대형 전기자동차용 전지사업을 하는 SB리모티브의 실적이 지난 4분기 삼성SDI 연결 부문에 처음으로 반영됐다.
결국 소형 전지에서 거둔 이익을 중대형 전지에서 깎아먹은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4분기 실적 부진 이유에 대해 “새롭게 편입된 자동차 전지 사업부문이 연결 반영되고, IT 부품업계 비수기 및 환율급감 영향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전기자동차용 전지 시장이 언제 열릴지 아직도 오리무중이란 데 있다. 무엇보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글로벌 시장 전기자동차 수요가 얼어붙은 것이 크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침체가 장기화 하면서 인해 전기자동차 도입은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전기자동차와 가솔린자동차가 공존하는 시점만 봐도 최저 5년 이상은 걸릴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삼성SDI는 전기자동차용 전지 사업에서 당장 수익을 낸다기 보다, 내실 강화에 힘쓴다는 계획이다.
삼성SDI 관계자는 “전기자동차용 전지 사업은 전략 거래선 중심으로 수주를 확보하고, 차별화된 양산 경쟁력 및 기술개발을 통해 사업역량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잘 하고 있는 소형 전지 사업은 초격차 1위 확대에 힘 쏟는다는 계획이다. 폴리머 중심의 캐파 증설로 시장을 선점하고, 대면적 폴리머·광폭 각형 제품의 판매확대를 통해 부가가치를 높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