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영의 너섬漫筆] 한국금융, 해를 따라 서쪽으로

입력 2013-01-25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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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90년대 초 국내 SUV의 대중화를 이끌었던 갤로퍼. 당시 갤로퍼 텔레비전 광고는 나름 웅장한 스케일이 돋보였는데, 석양을 향해 뿌연 먼지를 날리며 힘차게 달리는 갤로퍼와 “해를 따라 서쪽으로”라는 내레이션이 인상적이었다.

갤로퍼는 왜 서쪽으로 갔을까. 중국과 동남아시아를 거쳐 중동과 중앙아시아에 이르기까지, 서역(시장)진출의 염원을 담았던 것은 아닌지 생각해본다.

동방과 서역을 도모하려는 동서양의 역사는 유구하다. 알렉산더 대왕의 동방원정을 시작으로, 원양항해가 가능해지면서 중국은 물론 한반도와 일본까지 네덜란드, 스페인, 영국 등 유럽제국의 영역다툼 대상이 됐다.

동양의 서역기행도 이에 못지 않았다. 고대 비단무역을 계기로 내륙 아시아를 가로질러 중국과 서방세계를 연결하던 무역로, 실크로드의 존재만 봐도 그렇다. 그 길을 통일신라 승려 혜초가 걸었다. 4년간의 짧은 여정 끝에 인도를 지나 이란까지 간 혜초는 서역기행의 정수를 왕오천축국전에 담았다. 징기즈칸의 말발굽은 서역 넘어 유럽까지 호령했고, 마르코폴로는 원대 중국의 시대상을 동방견문록으로 남겼다.

명대 수군제독 정화는 대규모 선단을 이끌고 해상 서역원정에 올라 명나라의 해상 영향력과 상권을 인도양 연안국가에까지 확대시켰다. 이는 이 지역에 화교 진출의 발판이 됐고, 19세기까지 지속된 조공무역의 시작이 됐다.

다시 동진한 서구 열강에 의해 종이호랑이로 전락한 청나라는 영토할양의 치욕을 맛봤지만 중화인민공화국은 100여년 만에 영토를 되찾고 세계의 공장으로 우뚝섰다.

이렇듯 돌고 도는 역사의 수레바퀴 속에 동서 세력이 맞닥뜨리는 동서양의 교차로가 바로 아랍, 중동이다. 오일달러로 무장한 이곳은 아직까지 ‘세계의 화약고’로 불릴 만큼 정치·경제적 요충지로 위상이 확고하다.

실제 이 지역은 최근 수년래 우리의 전통적 교역국 못지 않은 주요 수출국으로 부상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동남아와 중동에서 각각 4.7% 포인트와 11.4% 포인트 수출이 증가하며 유럽연합(EU) 감소분(11.5%포인트)을 상쇄했다.

국내 산업계의 중동진출 효시는 건설이다. 지난 1980년대 중동개척에 나선 건설사들은 ‘메이드 인 코리아’의 기치를 드높이며 글로벌 건설사로 도약할 수 있었다. 유통과 문화콘텐츠업체는 ‘한류’를 앞세워 중동의 입맛과 정신을 공략중이다.

금융권도‘열사의 바람을 뚫겠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증권업계는 지난 2000년대 후반 이슬람채권(수쿠크) 투자에 속도를 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도약을 감안한 발빠른 행보였지만 아쉽게도 정치논리에 막혀 수년째 답보상태다.

이른바 ‘내수 빙하기’극복을 위한 은행권의 서역 진출도 활발하다. 지난 연말과 올초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 교두보를 마련한 것이 그 시작이다. 힘들게 첫 걸음은 뗐다. 서역기행에 나선 은행권이 왕오천축국전까지는 아니어도 기념비적인 ‘족적’을 남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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